“미국과 중국 회사 외에 해외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없다. 혁신을 못 해내면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오랜 시간 헌신해서 이뤄낸 성과다.”
15일 2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자회사 라인의 뉴욕과 도쿄 동시 상장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라고 답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적 비즈니스로 성장한 해외 자회사를 글로벌 증시에 상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LINE)은 현재 세계 230개국에서 2억2000만 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거듭났다.
10년간 정성을 다한 라인의 글로벌 상장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 의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걱정’과 ‘고민’이었다. 닌텐도가 선보인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단상을 묻는 질문에 이 의장은 이렇게 답했다.
“해외에서 이런 게 나오면 ‘너네는 뭐 하냐’ 그러는데 사실 좀 서운하다. 구글이 증강현실에 투자한 돈이 30조 원쯤 된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많은 곳에 투자하고, 많은 혁신이 본사가 아니라 투자한 회사에서 나온다.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같은 회사들과의 인수합병(M&A)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이 1조 원을 넘었다.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이 해외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국내에서 해외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0여 곳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한국의 SW 기업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SW 산업은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전 세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무섭게 M&A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매년 태어나고, 매년 살아남는다”며 “현금과 인력이 이들보다 부족하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투자할 곳을 신중히 골라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상장으로 약 1조5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 돈으로 제2의 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M&A, 인재 확보에 더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이다. 제2의 라인이 탄생하려면 네이버와 손잡고 해외 시장을 개척할 만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 의장은 그간 기자들 앞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라인 사업에 매진하느라 일본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라인처럼) 성공 사례가 또 나오면 이런 자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의장이 기자들 앞에서 제2의 라인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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