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MS의 진짜 힘? '개발과 유통'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7월 27일 17시 09분


현재 IT 업계는 플랫폼(Platform)의 시대다.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여러가지 정의가 난립하지만, '개발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앱, 서비스, 게임 등을 실행하고 배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형태는 다양하다. 윈도우, 맥OS,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일 수도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오큘러스VR 같은 하드웨어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스팀, AWS 같은 서비스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있는 플랫폼을 들라면 역시 운영체제다. 운영체제 기반의 플랫폼이 IT 업계를 지배하고, 또 선도하고 있다.

플랫폼은 권력(Power)이다.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는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표적인 플랫폼 업체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들 수 있겠다. 이 셋(이른바 빅3)이 운영체제 기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IT 업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IT 소식좀 보겠다고 관련 뉴스를 찾으면 이 세 회사의 뉴스가 가장 많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 개발자 회의에 참가한 개발자들 (사진=IT동아)
애플 개발자 회의에 참가한 개발자들 (사진=IT동아)

이 세 업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단 윈도우, 맥OS, iOS, 안드로이드 등 널리 이용되는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운영체제는 가장 고등한 소프트웨어(SW)다. 일반 SW를 개발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 노력, 비용, 시간을 요구한다.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모자라면 제대로된 운영체제가 나오지 않는다. 전 세계에 수많은 SW 기업이 존재하지만, 자체 운영체제를 보유한 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애플과 MS는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운영체제라는 한 우물만 파온 기업이다. 구글은 두 회사와 비교해 기술, 노력, 비용은 대등했으나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이 약점을 오픈소스를 활용해 극복하고 이들과 대등한 위치에 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운영체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플랫폼 업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와 함께 두 가지를 더 만족시켜야 한다. 바로 개발과 유통이다. 개발자가 자사 운영체제용 앱과 서비스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하고, 만든 앱과 서비스를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유통시켜줘야 한다.

애플, 구글, MS는 직접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자가 앱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에 플랫폼 업체로 우뚝설 수 있었다. 세 회사는 통합개발자환경, 프로그래밍 언어, 클라우드 서비스(IaaS, PaaS) 등을 통해 앱 개발을 지원하고, 앱 장터와 광고 서비스를 통해 앱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통합개발자환경이란 코딩, 디버깅, 컴파일, 배포 등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처리할 수 있는 개발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앱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애플: 다 잘 하는데 강압적인 면이 있어

애플은 개발과 유통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회사다. 오랜 기간 동안 개발 관련 지원을 해왔고, 모바일 시대를 맞아 혁신을 단행해 유통 관련 지원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개발 지원은 나름 잔뼈가 굵다.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NeXT사에서 비롯된 통합개발자환경 '엑스코드', 오브젝티브 C를 대체할 차세대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 등 개발자들이 맥OS와 iOS용 앱을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개발 관련 지원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앱 개발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개발자들이 혼선을 빚지 않게 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 다만 아직까지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기에 API 관련 지원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앱 유통에 관해서는 선두주자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한 후 직접 유통해야 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애플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자체 앱 장터 '애플 앱스토어'를 설립함으로써 개발자들이 자신의 앱을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유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애플 앱스토어는 연 매출이 2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앱 유통경로로 성장했다. iOS용 앱스토어의 성공에 고무받은 애플은 맥OS용 앱스토어를 만들고, 앱 유통경로를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애플은 자사의 개발과 유통 도구를 개발자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앱 컴파일을 위해 반드시 맥과 엑스코드가 필요하다던가, iOS용 앱은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유통할 수 있다던가 등 상당히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여기에 반감을 갖는 개발자들도 제법 있는 편이다. 개발자들의 맥 사용 비중이 높은 것은 그들이 '프로 애플러'인 것이 아니라 iOS용 앱 개발을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구글: 못했던 것 인정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

구글은 잘하고는 있는데, 애플과 MS 두 회사와 비교하면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40년 가까이 플랫폼 회사로 군림한 곳과 플랫폼 회사가 된지 8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의 차이다. 그래서 두 회사의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고 최근 그 결실을 맺고 있다.

구글의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는 앱스토어의 뒤를 잇는 강력한 앱 유통경로다. 중국 등 구글이 철수한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애플의 영향력이 적은 3세계 국가에선 플레이스토어가 앱스토어를 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개발자들에제 제공하는 수익은 앱스토어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편이다. 앱스토어의 60% 수준으로 추산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특징상 플레이스토어의 경쟁 앱 장터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전 세계에 앱을 유통할 수 있는 플레이스토어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구글은 앱스토어에 비해 떨어지는 개발자의 수익을 보존해주기 위해 자사의 최대 강점인 광고 서비스를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애드센스, 애드몹 등 광고 서비스를 통해 무료 앱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유로 앱이라도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

사실 과거 구글의 앱 개발 지원은 형편없었다. 자체 통합개발도구가 없어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위해 오픈소스 통합개발도구인 '이클립스'에 기대야했고, 앱 개발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앱의 수준이 iOS용 앱보다 평균적으로 뒤떨어졌던 이유가 이것이다. 앞장서서 개발자들에게 길을 제시해야할 플랫폼 업체가 갈팡질팡했으니 뒤를 따르는 개발자들의 결과물도 함께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자바를 쓰다가 자바가상머신과 관련해 오라클의 소송에 직면하기도 했다. 때문에 한때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바 대신 '코틀린'이나 '스위프트'를 이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구글은 자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협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다. 먼저 지브레인과 협력해 안드로이드를 위한 통합개발자환경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위해 이클립스에 기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최신 기능에 개발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우드 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를 선보여 앱과 서비스용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최근에는 개발자들이 개발자들이 앱을 좀 더 손쉽게 다듬을 수 있도록 API의 묶음을 제공하는 BaaS '파이어베이스'를 출시함으로써 개발자들이 고품질의 앱을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개발자 회의에 참가한 개발자들 (사진=IT동아)
구글 개발자 회의에 참가한 개발자들 (사진=IT동아)

MS: 개발은 끝내주는데 유통은 한숨만 나와

MS는 개발 지원의 제왕이다. 40년 동안 이어진 MS의 개발 지원은 그 어느 IT 회사도 흉내내지 못한다. 오랜 라이벌 애플도 MS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미안하지만 구글의 개발 지원은 MS에 비하면 지원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못된다.

비주얼 베이직에서 시작해 통합개발자환경의 예시나 다름없을 정도로 입지를 구축한 '비주얼 스튜디오', C#, 닷넷 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래밍 언어,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통한 인프라 및 개발환경 지원, 리눅스 등 오픈소스에 대한 지원 강화 등 MS의 개발 지원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나다.

최근에는 닷넷 오픈소스 '모노' 기반의 통합개발자환경 '자마린'을 인수해 비주얼스튜디오에 통합시켰다. 자마린을 활용하면 국내 개발자에게 익숙한 C#과 윈도우 환경에서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추가 컴퍼넌트를 활용하면 애플 워치, 타이젠 등 비주류 운영체제용 앱도 개발할 수 있다. 하나의 개발 환경에서 모든 운영체제용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개발 제국 MS의 궁극적인 목표다.

반면 유통 지원은 영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MS는 유통 지원 자체를 신경쓰지 않았다. 알아서 윈도우용 앱을 개발하고, 알아서 유통하라는 식이었다. 어차피 윈도우가 세상을 독점하고 있으니, 무엇을 이용해 개발하든 결국 윈도우용 앱을 만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고 윈도우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MS도 유통에 신경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랴부랴 앱 장터 윈도우 스토어를 만들고 유통 지원에 뛰어들었지만, 애플이나 구글에게 밀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MS는 게임 쪽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임 장터 엑스박스 라이브를 윈도우 스토어와 통합하는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를 선보이는 등 윈도우 스토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애플 WWDC, 구글 I/O, MS 빌드 등 이른바 개발자 회의가 바로 최신 운영체제가 어떤 기능을 갖추고 있고, 자사가 얼마나 개발 지원과 유통 지원에 힘쓰고 있는지 알리는 자리다.

오픈소스의 발달과 함께 어지간한 회사라면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열렸지만, 정작 이 가운데 제대로된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세 회사가 플랫폼 회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운영체제 개발과 함께 개발과 유통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제대로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길 원한다면 개발과 유통 지원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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