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12·여)가 키우고 있는 라라는 ‘아이돌 스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 아이돌은 아니다. 연습생 신분이다. 연습생이라고 모두 같은 신분은 아니다. 라라는 ‘반짝반짝 연습생’. 조금만 더 지나면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다. 한 여자 아이가 “언니, 부러워요. 난 아직 ‘고참 연습생’인데요”라고 말한다. 우쭐해진 소희는 게임기에 동전을 넣는다. 소희는 게임기 속 가상의 아이돌을 육성하고 있다.》
‘프리파라’ 게임기가 설치된 곳은 여자 초등학생들의 친교 장소로 통한다. 아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정보를 나누고, 게임에서 얻은 티켓을 교환한다. 5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 롯데마트에 설치된 ‘프리파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여학생과 부모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리듬게임을 하면서 아이돌을 키우는 놀이를 접목한 일본산 ‘프리파라’ 게임이 여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여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화제를 모았듯이 요즘 초등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가장 많은 답변이 ‘아이돌 스타’다. 이 게임에서도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아이돌 가수를 키우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꿈꾸던 아이돌의 모습을 설정하고, 그 모습으로 다양한 무대에 서서, 자신이 아이돌 또는 기획자가 되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게임 도중 획득한 옷, 액세서리 등으로 아이돌을 꾸밀 수 있는 요소도 첨가했다.
5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 롯데마트 내에 설치된 프리파라 게임기 앞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초등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의 수는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 부모들과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몰려 게임기 주변은 시장을 방불케 했다. 한 여학생은 “반에서 절반 이상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주말마다 왔는데 방학이라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국내에 상륙한 프리파라는 전국 140여 곳의 대형마트에 설치돼 있다. 6세부터 중학생까지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로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도 있다.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용자가 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의 원작사인 다카라토미 아츠의 한국 현지법인인 티아츠코리아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프리파라 축제에 30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자 초등학생이 주 이용자이지만 성인들도 많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이 대세인 시대에 아케이드 게임이 다시 살아난 점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온라인 게임에 밀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아케이드 게임장(전자오락실)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티아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싶었다. 폭력성은 배제하고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대신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실제 게임기 주변에서는 서로 모르는 아이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학부모는 “게임을 금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에만 머물며 게임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 예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놀이문화가 살아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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