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수명이 긴 ‘최장수 동물’ 순위가 새롭게 결정됐다.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 중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은 대서양의 ‘그린란드상어’로 400년 이상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1년 이상을 살아 가장 수명이 긴 척추동물로 알려졌던 ‘북극고래’보다도 2배가량 오래 사는 셈이다.
율리우스 닐센 덴마크 코펜하겐대 해양생물학과 교수팀은 그린란드상어의 수명을 연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 암컷 28마리를 잡아 실험했다. 이들의 각막에서 탄소 성분의 방사성 동위원소(14C)의 조성비를 분석해 각 상어의 나이를 추정했다. 그 결과 28마리의 그린란드상어는 평균 272년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다 성장한 그린란드상어의 몸길이는 4∼5m 수준인데, 이들 중 몸길이가 4.93m, 5.02m에 이르는 가장 큰 두 마리는 각각 335년, 392년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닐센 교수는 “그린란드상어의 수명은 그동안 200년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최소 4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은 낮은 체온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승재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변온동물인 상어는 수온이 낮은 곳에선 체온도 덩달아 낮아져 전반적인 체내의 생화학적 반응과 대사가 느려진다”며 “이 때문에 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노화도 늦어 수명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상어는 수온이 약 1도에 불과한 북대서양에 서식하며 몸길이가 매우 천천히 자란다(연간 1cm 이하).
2위로 내려간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도 낮은 체온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고래는 수온과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지만 북대서양보다 추운 북극해에 서식하면서 평균체온이 낮아졌다.
이 교수는 “실제로 시상하부의 유전자를 교정해 온혈동물의 체온을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에 수명이 늘어난다”면서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브루노 콘티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006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닐센 교수팀은 그린란드상어가 성년에 이르는 나이가 약 156세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닐센 교수는 “그린란드상어는 4m 이상 성장했을 때 왕성한 번식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나이는 무려 156세가 된다”고 말했다.
성적 활성 시기는 실제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리옹대 장프랑수아 르메트르 교수는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물의 수명은 성적 활성 시기가 이를수록 짧다”고 밝혔다.
북극고래 다음으로 수명이 길어 장수동물 3위에 오른 척추동물은 15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거북’이다. 아프리카 서해안의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에 사는 ‘조너선’이란 이름의 코끼리거북은 올해로 183세지만 아직도 매우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무척추동물은 북미 대서양 연안산 대합류 조개로, 507년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랍스터는 수명에 관여하는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의 손상을 막을 수 있어 ‘영생동물’로도 불린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 산 것으로 밝혀진 랍스터의 나이는 약 140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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