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과 외골격로봇 기술의 도움으로 마비환자의 근육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활훈련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구엘 니코렐리스 미국 듀크대 신경공학과 교수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가상현실 장비와 뇌전도 측정 장비, 외골격 로봇을 이용해 하반신 마비환자를 훈련시킨 결과 피부감각이 돌아오거나 일부 다리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알베르토 산토스뒤몽협회 신경재활연구소(AASDAP)에서 심각한 척수 손상으로 10년 이상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었던 마비환자 8명에게 10개월간 2000시간이 넘는 재활훈련을 시켰다.
연구진은 먼저 환자의 머리 피부에 뇌전도 측정 장비를 부착한 뒤 다리를 움직인다고 상상하게 했다. 이때 뇌에서 나오는 약한 전기신호를 분석해 가상현실에서 실제 걷는 영상과 짝지었다. 덕분에 환자는 가상현실 장비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앞으로 걸어간다고 상상하면 가상현실 속에서 실제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통해 다리 움직임과 관련된 뇌 신경망을 복구했다. 환자들은 다리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이와 관련된 뇌의 신경세포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환자들은 하반신 피부감각을 되찾았다. 근육도 약간씩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특히 1명은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됐다. 외골격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전기신호가 신경으로 전달됐다. 외골격 로봇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거나 차를 운전하는 등 반복된 훈련을 통해 다리 근육 재생도 빨라졌다.
니코렐리스 교수는 “가상현실 훈련이 마비환자들의 감각을 되돌아오게 하거나 근육을 움직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마비환자의 일상생활이나 성기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8월 11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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