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격투 게임에는 신화 같은 존재였지만 남발 수준의 확장팩으로 인해 그 빛이 바랬던 시리즈가 있다. 바로 아크시스템웍스의 ‘길티기어’ 시리즈가 그것이다.
정형화된 패턴 형태가 아닌 창조적인 일반 기술과 스킬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배틀 환경,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끈 이 시리즈는 총 4편의 정규 시리즈와 함께 5편이 넘는 확장팩을 출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확장팩 남발은 격투 게임 역사에 보기 드문 안 좋은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블레이블루 등의 신작이 나오며 이미지 쇄신에 힘쓰긴 했지만 당시 캐릭터 및 스토리 변화 정도만 있는 형태로 2003년 이후 1~2년마다 1개의 확장팩을 출시하며 게이머의 비난을 받았다.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는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 뒤로 나온 슬래시와 액센트 코어, 플러스, 플러스R 등은 시리즈의 침체, 더 나아가 아크시스템웍스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블레이블루가 이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하긴 했지만 명작 시리즈로 불린 길티기어의 하락세는 멈출 수 없었고 새로운 시도를 담은 ‘오버츄어’마저 시장 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길티기어 시리즈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 사이에 사미(SAMMY)와 저작권 이슈를 해결한 아크시스템웍스는 2013년 길티기어 Xrd(이그저드) 사인을 공개한다. 이 게임은 확장팩 이후 무너져 버린 길티기어 시리즈를 회생시킨 신의 한수이자 아크시스템웍스의 개발력을 증명한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리뷰에서 다룰 게임은 위에서 언급한 길티기어 Xrd의 후속작인 ‘레벨레이터’다. 2015년 5월에 처음 공개된 이 게임은 아케이드 버전으로 먼저 등장한 후 2016년 5월 PS4용으로 이식됐다. 현지화 여부로 국내에는 7월28일 정식 출시가 됐다.
이 게임은 전작인 Xrd의 캐릭터와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죠니, 쿠라도베리 잼, 잭오, 그리고 레이븐, 금혜현, 디지 등을 추가 캐릭터로 등장시켰다. 이중 레이븐과 금혜현, 디지는 모두 DLC 캐릭터로 타이틀 구매 시에는 바로 만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스토리 모드가 전작에 이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는 말 그대로 스토리를 보는 형태다. 대전은 없고 애니메이션 보듯 넘기면 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한 게이머라면 좀 당황할만한 부분이다.
그 외는 밸런스적인 측면과 신규 캐릭터 참전, 그리고 아케이드 모드의 대사 등이 수정됐다. 그래서 막상 전작을 가졌지만 이 게임을 구입한 게이머라면 의외로 부족한 볼륨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물론 스토리 모드는 상당히 길고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하게는 언급할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전작에서 느꼈던 수준보다는 훨씬 덜 답답하고 크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스템 상에서는 몇몇 굵직한 변화가 보인다. 우선 블리츠 실드 부분이 모으는 형태로 돼 좀 더 대전에서 사용하기 좋아졌다. 예전에는 타이밍 형태였지만 지금은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해 콤보를 끊어내는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상대방을 날리는 더스트 어택 이후 호밍 대시가 좋아져 콤보 넣기가 수월해졌다. 전작에서는 단순 연계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실한 후속타와 마무리를 연결할 수 있어 띄우기 형태가 아닌 날리기도 자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큰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각성 필살기 강화도 눈길을 끈다. 버스트 게이지를 소비한 후 각성 필살기를 사용하면 대미지는 물론 피니시 시에는 연출까지 보강됐다.
그리고 초보 게이머를 배려한 스타일리시 모드는 버튼 연타만으로도 화려한 콤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특정 버튼은 필살기 사용으로 변경돼 커맨드 입력에 약한 초보 게이머들도 초, 중급 게이머와 비슷한 실력을 내며 겨룰 수 있다.
이 외에도 인터페이스의 변경, 신규 색상 추가, 그리고 다양한 시작, KO 연출 등이 더해져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도 좋아졌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면 시리즈의 팬들은 물론 이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나 콘텐츠도 전작보다 탄탄해졌고 초보 게이머에 대한 배려가 높아져 즐기는 재미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 죠니, 레이븐 등 기존 길티기어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를 3D 캐릭터로 만날 수 있다는 점과 개성 넘치는 필살기와 성능을 가진 잭오, 쿠라도베리 잼, 금혜현 등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진 대전 라인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본다.
여기에 충실한 튜토리얼 모드와 큰 불편함이 없는 온라인, 랭킹 모드 등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낚시나 개성 넘치는 꾸미기 기능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측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다른 격투 게임보다 높은 편이다. 이해해야 할 시스템도 많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승리하기도 어렵다.
특히 캐릭터들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필살기와 특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격투 게임의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잭오의 경우는 소환수를 불러내 전투에 참여시킬 수 있으며, 오버워치의 디바 마냥 로봇을 타고 있는 금혜현도 독특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스토리 모드만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풀보이스로 전개되는 애니메이션 급 영상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며, 각 캐릭터들의 사연과 세계를 둘러싼 절망과 희망 등을 탄탄한 연출로 보여준다.
최종 정리를 한다면 격투 게임 마니아, 그중에서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큰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설프게 격투 게임을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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