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사상 최고로 더운 7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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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아름답지만 속물적인 여인 데이지의 남편이자 개츠비의 연적인 톰 뷰캐넌이란 인물이 나온다. 뷰캐넌은 ‘매년 여름이 더 더워진다’고 불평하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뜨거운 여름은 살인의 클라이맥스로 끌고 가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를 출판한 것은 1925년이다. 지구온난화라는 말도 생기기 전이지만 그때도 사람들은 세상이 매년 더 더워진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세계 평균 기온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올 7월이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NASA의 지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자료로 인용되는 권위 있는 지표다. 이 지표는 1951∼1980년을 준거로 삼아 이 기간의 평균 기온으로부터 높은 쪽으로 0.01도씩 벗어날 때마다 1점, 낮은 쪽으로 0.01도씩 벗어날 때마다 ―1점을 부가한다. 올 7월의 지표는 84점으로 역대 최고다. 준거 기간보다 평균 기온이 0.84도 높았음을 의미한다.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된 1925년의 7월 지표는 ―29점이다. NASA가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1939년까지 60년간 7월의 지표는 단 한 차례만 플러스였고 모두 마이너스였다. 1940년부터 플러스가 점차 늘기 시작하더니 1977년 이후로는 지금까지 40년간 단 한 차례만 마이너스였고 모두 플러스였다. 온난화의 원인이 자연적인 순환 과정인지 인간 활동인지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온난화 자체는 확실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7월은 우리의 7월과 비교하면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낮았다. 그러나 당시는 뉴욕 가정에 에어컨이 보급되기 전이라 덥게 느꼈을 수 있다. 지난달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더워도 에어컨을 켜지 못하던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여름이 더울 뿐 아니라 습한 데다 많은 사람이 대도시 아파트에 사는 나라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생활이 힘들어졌다. 에어컨 가동을 상수로 놓고 전력 발전과 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위대한 개츠비#누진제#전기#에어컨#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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