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면 유령이… 진짜일까 뇌의 착각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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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트 아웃’으로 본 ‘어둠 공포증’

영화 ‘라이트아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진 ‘어둠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어둠이 두려운 이유는 사람의 시각이 파충류 등 다른 동물에 비해 어둠 속에서 물체를 잘 인식하면서 생기는 착각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영화 ‘라이트아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진 ‘어둠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어둠이 두려운 이유는 사람의 시각이 파충류 등 다른 동물에 비해 어둠 속에서 물체를 잘 인식하면서 생기는 착각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불을 끄면 어떤 여자가 나타나. 누나도 봤어?”

주인공은 불빛이 사라지는 순간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형광등이 깜빡거려 어두워질 때마다 수상한 존재가 그 형상을 드러낸다. 동네에 정전이 일어나자 그 존재는 가족을 더 옥죄어 온다. 24일 개봉한 공포영화 ‘라이트 아웃’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면서 출몰하는 유령의 존재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가진 어둠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부채질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과학적으로 유령의 존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의문스러운 존재를 목격하는 경우는 왕왕 존재한다. 세상에는 정말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유령이 존재하는 걸까. 왜 이런 유령은 주로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걸까.

리처드 와이즈먼 영국 하트퍼드셔대 교수팀은 사람이 유령을 보는 것은 전적으로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3년 유령이 많이 나타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햄프턴 궁전에서 462명의 참가자에게 오싹한 느낌이 드는 지역을 지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둡고 좁은 곳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했다.

와이즈먼 교수는 “지목된 장소는 주변보다 온도가 섭씨 2도가량 낮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두운 경향이 있었다”며 “사람들의 공포심은 음침한 곳에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어두운 공간에서 유령을 보는 까닭을 뇌와 시각의 착각이 만들어낸 허구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뇌는 눈을 통해 들어오는 사물의 정보가 불완전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해 어떻게든 온전히 인식하려는 보정 능력이 있다. 이때 어둠 속에서 부정확한 형태가 눈에 들어오면 이 영상을 보정해 사람을 닮은 모습, 즉 유령으로 인식하는 식이다.

만약 유령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봤다면 이는 안구 운동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안구는 불규칙하게 운동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물체를 볼 때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불빛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공중에 뜬 채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 역시 안구의 자동운동 때문이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는 실제로 흔한 일이다. 2012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불면학회’ 연례회의에서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 2명 중 한 명꼴로 ‘어둠 공포증’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콜린 카니 캐나다 라이어슨대 교수팀은 ‘어둠에 대한 공포증을 갖는 사람들은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이 쉽게 곤두선다’고 발표했다. 어둠이 두려운 사람은 잠들었다가도 쉽게 깨고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인간이 유령을 보는 까닭은 다른 동물에 비해 어둠에 조금 더 적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둠 속에서도 시각을 다소 확보할 수 있다 보니 공포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웅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포유류(쥐)의 경우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가 밝은 빛을 통해 색을 인지하는 원추세포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학술지 ‘디벨럽멘털 셀’ 6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특징은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게서만 발견됐다”며 “공룡 등 파충류는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기 어려웠지만 간상세포가 보다 진화한 포유류는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라이트아웃#어둠 공포증#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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