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크리스퍼’ 규제 놓고 국회토론회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14시 24분


“우리도 세계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생명윤리 규제에 부딪혀 치료목적의 연구개발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과학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크리스퍼(CRISPR/Cas9)’의 국내규제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과학자와 정책결정자, 정부부처 관계자가 모여 토론을 벌였다. 크리스퍼 기술은 교정이 필요한 유전자만 골라 정확하게 바꾸는 기술로 동식물의 형질을 바꿀 수 있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 때문에 충분히 연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바이오경제포럼은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크리스퍼 연구자와 바이오기업, 정부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크리스퍼 연구자들은 국내 규제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장은 “현재 국내에선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생명의 위협이 되는 질환 중에서도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경우만 연구를 할 수 있다”면서 “유전자가위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 중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질환은 1%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12월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유전자가위를 직접 환자 체내에 전달해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김미경 샤인바이오 사업전략 이사는 “국제적으로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특허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이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빠르게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한국은 규제에 발목이 묶여 기초연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초연구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신중한 태도다. 권석민 미래창조과학부 생명기술과장은 “크리스퍼가 미래유망기술이고 산업적 가치가 크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해권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나노과장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기술적 증거가 아직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유전자가위의 효과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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