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PC용 신형 프로세서인 7세대 인텔 코어(코드명 카비레이크)가 지난달 말에 출시되었다. 다만, 1년 전에 6세대 제품(코드명 스카이레이크)이 출시되었을 때에 비하면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7세대 코어는 여전히 6세대의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기반기술)를 적용했으며 제조 공정 역시 14nm(나노미터) 수준으로 같다(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미세한 단위이며, 제조 공정이 미세해 질수록 한층 적은 전력 소모와 발열, 그리고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7세대 코어는 최적화를 통해 멀티태스킹 능력 및 내장 그래픽의 성능, 그리고 전원 관리 기술의 향상을 꾀했다. 기존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쓸만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발목 잡던 공정 문제 해결한 AMD, '젠' 프로세서로 반격 준비중
이 런 와중에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사실상 인텔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AMD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동안 인텔보다 뒤진 28nm 공정의 제품으로 힘겨운 경쟁을 하던 AMD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4nm 공정을 도입, 이를 적용한 GPU(그래픽카드의 핵심칩)인 라데온 RX 시리즈를 출시하고 다음은 CPU(중앙처리장치) 및 APU(CPU와 GPU의 통합칩)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좀 늦었지만 이제야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 정뿐 아니라 아키텍처 역시 일신한다. AMD는 현재 기존의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보다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젠(ZEN) 아키텍처를 준비하고 있다. 젠 기반으로 개발된 CPU의 시제품이 이미 테스트 중이니 이르면 2016년 하반기,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하이퍼쓰레딩과 유사한 SMT 적용, 메모리와 플랫폼도 일신
현 재까지 AMD에서 정보에 의하면 기존의 엑스카베이터와 비교해 젠은 클럭(동작속도)당 40%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고 전력 효율 역시 40% 향상되었다. 또한 젠 아키텍처가 적용될 최초의 데스크톱 CPU인 코드명 서밋 릿지(Summit Ridge)는 8코어 구성이 기본이며, 여기에 인텔의 하이퍼쓰레딩과 유사한 가상 멀티쓰레딩 기술(SMT)이 지원된다. 하이퍼쓰레딩은 물리적으로 1개인 CPU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8코어의 서밋 릿지를 운영체제에선 16코어(쓰레드) CPU로 인식할 것이다.
그 외에 젠 아키텍처는 기존의 DDR3 메모리보다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증가한 DDR4 메모리, 최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온전히 뽑아낼 수 있는 3세대 PCI 익스프레스 등을 지원한다.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주변 기기 지원 상황 역시 인텔과 견줄 만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도 젠 아키텍처의 주목할 만한 점이다.
AMD의 메인보드의 플랫폼 역시 바뀐다. 기존의 AMD는 CPU 제품은 AM3+ 규격, APU 제품은 FM2+ 규격의 소켓을 가진 메인보드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프로세서에 따른 메인보드 선택에 제약이 있었고 기존의 시스템에서 프로세서만 교체할 때도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MD는 CPU와 APU 모두 호환되는 AM4 규격의 소켓을 갖춘 메인보드를 이용한다.
이 런 와중에 AMD는 6일, 젠 프로세서의 출시에 앞서 그 기반을 닦을 7세대 APU(코드명 브리스톨 릿지) 및 이를 탑재한 데스크톱 시스템의 출시를 공식화했다. 7세대 APU는 14nm 젠 아키텍처가 아닌 기존의 28nm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에 기반한 제품이긴 하지만 젠 프로세서에도 호환될 AM4 플랫폼을 이용한다. 따라서 DDR4 메모리 및 3세대 PCI 익스프레스, USB 3.1 등의 기능 역시 이용할 수 있어 향후 젠 프로세서가 본격 출시된 후의 활용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시연해보니 AMD 서밋 릿지가 인텔 브로드웰-E보다 우수?
한 편, 지난달 19일, AMD는 젠 프로세서의 성능을 짐작하게 하는 성능 시연회를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날 AMD는 8코어 및 16쓰레드로 구동하는 젠 아키텍처 기반 서밋 릿지 프로세서 시제품을 이용, 인텔의 최상위급 프로세서인 코어 i7 브로드웰-E 보다 우수한 성능을 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외에 젠 기반 32코어 64 쓰레드를 갖춘 서버용 프로세서인 코드명 네이플즈(Naples)를 공개하기도 했다.
물 론 프로세서의 성능은 구동하는 환경에 따라 달리 측정될 수 있으며, AMD에서 시연했다는 서밋 릿지 제품은 실제 양산품이 아닌 시제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서밋 릿지는 수요가 적은 인텔 코어 i7급 시장 보다는 실제로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코어 i5급 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제품의 성능이나 활용성에 대해서는 본격 출시 이후에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그동안 한없이 열세만 보이던 AMD가 인텔과 어느 정도 근접하게 성능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건 의미가 있다.
과거의 영광 이끈 주역도 개발에 참여?
젠의 개발에는 프로세서 분야의 전설 중 하나로 통하는 짐 켈러(Jim Keller)가 참여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짐 켈러는 2000년대 초반에 AMD의 전성기를 열었던 애슬론64 시리즈의 개발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AMD의 애슬론64는 인텔의 펜티엄4를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짐 켈러는 AMD를 한동안 떠나 있다가 2012년에 재합류, 젠 아키텍처의 개발에 관여했다. 그는 젠 아키텍처의 기본적인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2015년 12월에 AMD를 다시 떠나 올해 1월에 전기자동차 전문업체인 테슬라 모터스에 합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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