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장을 보는 동네 식당 여주인의 말이다.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는데 가게 주인이나 손님들이 너무 날카로워져 있어요.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바로 폭발합니다. 지하철에서도 다들 화가 난 표정이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배추 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민심이 정말 흉흉해요.”
배추 값이 1년 전에 비해 247.9%나 뛰어 포기당 1만 원짜리까지 나왔다. 무도 개당 3000∼4000원이고 쪽파도 한 단에 7000∼8000원이다. 시금치는 찾아볼 수도 없다. 고추 마늘 값도 올라 배추 10포기로 김치를 담그려면 10만 원도 어림없다. 밭에서 배추가 타고 말라죽는 것처럼 민심도 타들어가고 있다. 일시적인 수급 조절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고랭지 배추 경작면적이 2001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병충해까지 확산돼 버리는 배추의 양도 늘었다.
지구가 너무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7월 세계 평균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1850∼2016년 지구 전체 온도 데이터를 분석한 영국의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는 2, 3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38도로 지난해 파리기후협정 상한선(1.5도)에 육박했다며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했다.
요즘 선진국 공영방송사들은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물밑의 지구(Earth under Water)’에 따르면 지구 얼음의 90%가 있는 남극이 급속히 녹고 있어 2100년이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평균 1.8m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해수면 상승은 농업지역의 소금화(염화·鹽化)로 이어진다. 세계의 많은 곡창지대는 바닷가를 끼고 있다.
2011년부터 태양 폭발이 활성화되어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는 ‘극대기’에 들어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다. 지난 100년간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3분의 1이 증가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촌 식량 위기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배추 등 작물의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론 식량 위기의 전조다. 유엔 산하 ‘유엔대학교-글로벌보건국제연구소’는 지금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이어지면 한국은 2030년 1조11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매년 1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전 기관에 하달하는 ‘1호 문건’에서 2014년 처음으로 ‘자기 밥그릇은 자기 손으로 받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치국(治國)의 기본’이라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4%(2014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0%대인 쌀 자급률도 2050년엔 47%로 떨어질 것이라 했다. 영국 경제정보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109개 국가 중 29위로 처음 발표된 2012년 24위에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한국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근본 해결은 어렵더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도 어렵고 국제관계도 어려운 총체적 난국이지만 ‘기후재앙’ ‘식량대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빙하기와 달리 온난화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다. 정부는 “배추 값이 오르면 중국에서 수입하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지 말고 온난화가 가져올 기후변화의 미래에 대해 국민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 ‘자연의 역습’이 가져올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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