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워치OS 3' 정식 버전을 지난 9월 13일(미국 현지시각)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번 워치OS 3는 기존 버전에서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사용자 환경을 재설계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화면을 지닌 애플워치인 탓에 운영체제는 간결할수록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월해진 워치페이스 변경
시계는 이미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를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워치는 테크 회사가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이지만, 시계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제품이다. 그런 만큼 패션 아이템의 역할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애플은 애플워치의 밴드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밴드도 내놓았다. 밴드 하나만 교체해도 꽤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 또한 몇 개의 밴드를 구비해 가끔 바꿔 착용하곤 한다.
밴드와 함께 애플워치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워치페이스다. 애플워치는 다양한 워치페이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워치페이스마다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워치OS 2까지만 하더라도 워치페이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애플워치 화면을 꾸욱 누른 후 좌우로 넘겨 원하는 워치페이스를 선택해야 했다. 방법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간결하지는 않다.
하지만 워치OS 3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밀면 바뀐다. 화면을 꾹 누르는 과정을 빼버렸다. 간결하게 워치페이스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물론 여전히 화면을 꾹 누르면 커스터마이즈를 할 수 있다. 워치페이스를 변경하는 것과 커스터마이즈하는 걸 분리한 것이다.
워치페이스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아이폰 워치 앱에 '페이스 갤러리'를 별도로 추가한 것. 이곳에서 모든 시계 화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커스터마이즈를 하고, 애플워치에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즈는 이전처럼 애플워치에서 화면을 꾹 눌러도 되지만, 아이폰의 큰 화면에서 편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유틸리티, 미니 마우스, 모듈, 활동(아날로그), 숫자 등 5개의 워치페이스를 그날그날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쓰고 있다. 애플워치 화면을 좌우로 넘기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 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자주 워치페이스를 바꿔가며 쓰게 된다. 워치OS 3에는 새로운 워치페이스도 추가되었는데, 요즘은 그중의 하나인 '숫자' 페이스를 자주 쓴다. 심플한 화면을 원했는데, 거기에 딱 부합되는 워치페이스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오래 먹으면 질린다. 애플워치의 외형은 사용자가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수월한 밴드 교체와 함께 하루에 몇 번씩 보게 되는 워치페이스 변경을 수월하게 만든 건 적절한 조치다. 다만 워치페이스의 다양성이 아직 부족한 건 아쉽다. 써드파티에도 워치페이스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빨라진 앱 실행
애플워치에서 가장 많은 불평을 들은 것이 바로 앱 실행 속도다.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느리다. 워치OS 2에서는 네이티브 앱 적용으로 이를 다소 개선하긴 했지만, 별반 달라진 건 없다. 애플워치는 자체 통신 기능이 없으므로 앱을 실행한 후 그 안에 채워지는 데이터는 아이폰에서 받아 가져와야 한다. 로딩 시간이 긴 이유다.
그런데 워치OS 3 확연히 다르다. 앱 핸들 아키텍쳐를 완전히 바꿀 만큼 실행 속도에 공을 들였는데, 나쁘지 않다. 애플은 빠른 앱 실행을 위해 워치OS 3에 '인스턴트 론치(Instant Launch)'를 도입했다. 2가지 기술이 쓰인다. 즐겨찾는 앱은 메모리에 저장해 로딩 속도를 줄였다. 여기에 앱 데이터는 백그라운드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사용자가 자주 쓰는 앱을 파악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받아와 업데이트해주는 기능이다. 백그라운드 업데이트는 앱이 지원해야 쓸 수 있다.
즐겨찾기 기능은 우측의 디지털 크라운 밑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나타난다. 최대 10개의 앱을 추가할 수 있다. 원래 이 버튼을 누르면 친구 목록이 나왔지만, 워치OS 3에서는 친구 목록을 없애 버렸다. 사실 애플워치에서 친구 목록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2개의 외부 버튼 중 하나에 적용하기에 효율이 높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애플은 이 버튼을 활용해 앱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사실 애플워치에서 앱을 실행할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손목 위 작은 화면에서 앱과 씨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리라 아이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간단한 명령 정도는 항상 손목에 있는 애플워치가 제격이다. 집에 필립스 휴 전구를 설치해 놓고 사용하는데, 조명을 켜고, 끄는 명령조차도 애플워치에서 하기 힘들었다. 몇 번이나 애플워치에서 앱을 실행해 조작해 보았지만 느린 앱 실행에 포기했다. 하지만 워치OS 3에서는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으니 비로소 쓸만해 졌다.
애플워치에 설치된 모든 앱의 실행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백그라운드 업데이트 적용이 안 된 것도 있으며, 아이폰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즐겨찾기 추가도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내가 달려야 애플워치도 달린다
애플워치의 헬스 기능은 좀 더 정교해졌다. 아마 애플워치를 차고 조깅을 해본 사람이 많을 텐데, 도심을 달리다 보면 신호등 때문에 달리기를 잠시 멈춰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 운동 앱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있다. 워치OS 3는 이를 고려해 달리기를 잠시 멈추면 애플워치도 자동으로 달리기를 멈춘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 애플워치도 다시 달리게 된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운동량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특화된 기능도 들어갔다. '활동' 앱에서 휠체어 사용자들의 활동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한 것.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활동을 친구와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친구가 얼마나 걸었는지? 소모한 칼로리는 얼마인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나와 비교할 수 있다. 친구가 목표량을 달성하거나 운동을 한 경우 알림을 보내 주기 때문에 은근 경쟁도 된다. 다만 아직은 활동 공유가 전부다. 하루에 1만 보 걷기, 일주일에 3번 운동하기 등 특정 이벤트를 생성해 친구와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헬스 기능에 새롭게 추가된 '심호흡'은 이름 그대로 호흡을 도와주는 앱이다. 어떤 이에겐 무시되는 앱일 수 있지만, 막상 써보면 꽤 괜찮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명상하듯 눈을 감고 호흡을 하고 나면 긴장도 풀리고 평온해 진다. 탭틱 엔진으로 진동을 주기 때문에 눈을 감고도 호흡을 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관리에 은근 도움이 된다.
덜어낸 사용자 경험
워치OS 3는 기존 사용자 환경에서 불필요하다 싶은 요소는 제거하고, 기능은 분리해 좀 더 간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손봤다. 기존에도 사용자 경험이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이마저도 덜어냈다. 손목에 차는 제품이고, 작은 화면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용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용자 경험은 간결하면 할수록 좋다. 워치OS 3는 이런 점에 좀 더 충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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