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계단, 승강기, 지하주차장 등… 3개월내 주민 절반 이상 동의 필요
화장실, 베란다 등 집 안은 해당안돼
경기 안양시 아파트 23층에 사는 김모 씨(30·여)는 올여름에도 방 창문을 열지 못했다. 창문만 열면 아랫집 주민이 베란다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담배 연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 제발 금연해 달라’는 호소문도 붙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김 씨는 “길거리 흡연은 피하면 되지만 층간 흡연은 피할 곳도 없다”며 “이웃 간 불화로 번질까 항의도 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에서 이웃의 흡연으로 울상을 짓는 사람은 비단 김 씨뿐만이 아니다. 국민신문고, 보건복지부에는 아파트 복도나 계단, 베란다 흡연을 규제해 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이달 3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복도, 계단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는데도 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 3년 전부터 국민신문고 등에 층간흡연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7월 초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달부터 아파트 내 금연구역 지정이 가능해졌지만 이를 모르는 시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공동주택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벨몬트 시는 2007년 단독주택을 제외한 주거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벌금 1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 말을 목표로 연방정부가 소유한 공공임대 주택 내 주거지, 사무실, 공동공간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캐나다도 공동주택의 공공 이용시설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동주택의 금연구역 지정이 가능해졌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3개월 안에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장소별 금연구역 찬반 여부를 동의서나 전자투표를 통해 수렴한 뒤 그 결과를 신청 서류와 함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 측은 “단, 허위로 동의를 받았는지를 가리기 위해 신청 서류의 진위를 가리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안내표지가 설치된다. 이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단, 이번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서 화장실, 베란다 등 집 안은 빠져 있다. 김정훈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환경건강연구실 연구원은 “특히 베란다, 창문을 통해 담배 연기가 들어오는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향후 집 안에 대한 흡연 규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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