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넘어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젊은 의사가 많이 몰릴 줄 알았는데….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맞이할 겁니다.”
2일 가천대 길병원 소속 한경석 씨(62·외과 전문의)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그는 5일 출국해 내년 12월까지 남극 내륙에 위치한 장보고과학기지에 배치될 예정이다. 길병원은 1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극지연구소와 의료진 파견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초 극지연구소는 의료진을 직접 채용했지만 열악한 환경, 경력 단절 등으로 의료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를 길병원에 맡겼다.
남극기지 파견 의료진은 장보고과학기지와 세종과학기지에 근무하는 대원 각각 50여 명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같은 병원 엄현돈 씨(45·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세종과학기지에 배치된다.
특히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극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장보고과학기지로 떠나는 한 씨는 의료계에서도 화제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이후 충남 논산에 위치한 백제종합병원에서 26년간 근무했다. 지난해 2월 이 병원을 퇴임했다.
“외과 의사의 삶도 쉽진 않습니다. 계속되는 응급실. 수술…. 그럼에도 무언가 남을 돕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진해 병원에서 퇴임했습니다.”
이후 새로운 일을 찾던 그는 우연히 길병원의 구인공고를 접했다. 남극기지에 갈 전문의를 찾는다는 공고였다. 당시 길병원은 원내에서 남극에 갈 전문의를 공모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고생길이 훤했기 때문이다.
남극은 기온이 낮고 건조한 데다 하루 중 해가 한 번도 뜨지 않는 극야 기간도 존재한다. 1년 중 외부 활동이 가능한 시기는 2, 3개월뿐이다. 더구나 파견 전문의는 1년 동안 대부분을 실내에서 생활하며 수십 명에 이르는 대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이에 길병원은 외부 채용을 시작했고 한 씨를 6월에 선발한 것. 그는 “장보고기지는 거의 고립된 상태여서 10개월 동안 중환자 발생 시 상급의료기관에 보낼 수도 없다. 대부분의 진료를 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건 정말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다양한 첨단의료장비를 가져간다. 남극기지에서는 원격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씨가 제공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길병원 내 전문의가 영상과 음성으로 적절한 의료 조치를 돕는다. 최신 모바일 초음파 진단기기도 활용한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도전’이란 단어가 사라지는데…. 젊은이들도 한계를 생각하지 말고 어려움에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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