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LoRa)로 소물인터넷 시장에 한발 먼저 내디딘 SK텔레콤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이통사 협력이 이루어졌다.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 소물인터넷 사업에서 손을 잡은 것. 11월 3일 광화문 KT 사옥에서 양사가 모여 이에 대해 발표를 했다.
NB-IoT(NarrowBand-Internet of Things)는 SK텔레콤이 상용화한 로라와 비슷한 저전력 무선 통신 기능을 지닌 소물인터넷 기술로 LTE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미 글로벌 대형 통신사들이 NB-IoT의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며, 국내는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 기반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KT 김준근 기가 IoT 사업단장은 "이통사는 시장 과열, 경쟁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곳이지만, IoT처럼 사업 태동기에서는 손을 잡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며 "같이 손을 잡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크게 키우기 위해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NB-IoT 네트워크 조기 상용화 공동추진 ▲칩셋, 모듈, eSim, 단말 등 IoT 핵심 제품의 공동소싱 ▲국내 주요 협단체 및 글로벌 기구 활동 공동 대응을 등을 기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상용화는 내년 1분기 중으로 예고되어 있다. 양사는 공동으로 기술 표준화와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전국망 구축은 내년 안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칩셋, 모듈, eSim, 단말 등 IoT 핵심부품 공동소싱도 검토하고 있다. 공동 소싱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물량 단가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중소 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고 한다.
김준근 IoT 사업단장은 "NB-IoT는 3GPP 표준으로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이 채택을 결정한 상태다"며 "글로벌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사업자 또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공동 사업추진뿐만 아니라 정부의 IoT 정책에 공동대응하고 사물인터넷 협회 등 국내 협단체와 연계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네트워크는 사람 및 고속 이동대상의 5G(고속/대용량)와 사물 대상 소물인터넷(저속/저용량)으로 기술 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현재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수용될 경우, 네트워크의 포화가 예상되기에 소물인터넷 시장은 향후 급속히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는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와 정기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사물인터넷포럼 의장사로서 산 학 연 관 협력을 통한 IoT 관련 기술, 서비스 보급과 표준화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양사는 발 빠르게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글로벌 주요 통신사는 물론 제조사, 솔루션 사업자들과 적극적인 연대가 이뤄지면 NB-IoT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라와 NB-IoT가 결국 소물인터넷을 양분하게 되겠지만, 주도권은 NB-IoT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김준근 IoT 사업단장은 전했으며, "글로벌 통신사는 NB-IoT를 비통신사는 로라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로라와 NB-IoT와의 차별성에 대해 로라는 NB-IoT보다 출력도 낮고,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도 느리면 셀당 수용 능력도 떨어진다며, NB-IoT 만큼 커버리지를 확보하려면 SK텔레콤은 현재 투자 금액보다 최소 4배는 더 투자해야 한다고 LG유플러스 조창길 네트워크개발센터장은 설명했다. 현재의 로라 망으로는 빌딩 내, 외곽 지역은 쓸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안정성 측면에서 로라는 소프트웨어 인증만 이루어 지지만, NB-IoT는 소프트웨어 인증뿐만 아니라 유심 인증까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훨씬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양사의 협력은 다소 뜻밖의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다급함도 느껴진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 7월에 로라 전국망을 완료하고 소물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 차인혁 IoT사업본부 전무는 연말까지 25개 이상의 서비스가 론칭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요한 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유스 케이스를 쌓고 있다는 점이다. IoT 시대에는 대량의 접속이 일어나기 때문에 타당한 유스 케이스를 경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협력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고 밝혔지만, 막상 발표 내용에 알맹이는 없다. 협력이라는 두 글자가 전부다. SK텔레콤을 의식해 급하게 발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KT와 LG유플러스의 협력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NB-IoT 시장 생태계 구축에 가속도가 붙는 건 확실해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