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팡티에 교수 “정밀도-안전성 월등… 현대 의료 한계 극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크리스퍼’ 기술 원리와 장점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DNA) 중 일부를 잘라내는 기술을 말한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수십억 쌍인데, 유전자 가위는 이 중 특정한 염기와 결합해 마치 가위처럼 DNA 일부를 잘라내는 단백질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사람 몸속에서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해낼 수 있어 불치로 여겨졌던 각종 유전병을 고칠 수 있다. 특히 최신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정밀도와 안전성이 월등히 높아 현대 의료의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평가받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원리는 세균의 면역과정에서 나왔다. 사람은 체내에 미생물이 침입하면 항체를 만들었다가, 다음 번 침입이 있을 경우 이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대응한다. 세균도 비슷한 대응체계를 갖고 있다. 세균도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자신을 공격했던 바이러스의 DNA 서열 중 21개만 뽑아내 기억했다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빠르게 대응한다. 과학자들은 세균이 기억한 21개의 DNA를 ‘크리스퍼 서열’이라고 불렀다. 크리스퍼란 ‘반복된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착안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감염생물학과 총괄책임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세균 속에서 크리스퍼 서열을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Cas9’이라는 단백질을 2012년 처음으로 발견했다.

 두 사람은 당시 Cas9을 유전자 가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동시에 발표했다. Cas9에 공격할 세포 속 염기서열 21개를 미리 알려주고, 이 단백질을 사람의 세포 속에 넣자 지정한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내는 것을 확인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다.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 핑거’와 2세대 유전자 가위 ‘탈렌’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처럼 21개의 염기서열을 이용하지 못하고 10개 내외의 염기서열과 비교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용 방법이 복잡하다 보니 유전자 가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실험실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징크 핑거를 이용해 유전자를 자르는 데 성공한 실험실은 전 세계에 대여섯 곳, 탈렌은 수십 곳 정도다. 반면 크리스퍼는 21개의 DNA 서열과 Cas9 단백질만으로 DNA를 자를 수 있기 때문에 범용성이 훨씬 더 크다. 이런 간편함 덕분에 유전자 교정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실험하고 있다.

 이처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간 유전자를 쉽게 조작할 수 있어 기술의 윤리성을 지적받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수정란’을 조작하면 키나 지능을 조작한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고, 운동선수들은 유전자 도핑을 시도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인간의 유전자 교정은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joon@donga.com
#크리스퍼#유전자 가위#샤르팡티에#암#난치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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