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스타2016 BTB 관의 몰락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13시 38분


"올해는 공쳤네요. 사람이 너무 없어요. 내년엔 나오지 않을 예정입니다."

건수 좀 있냐는 질문에, BTB 부스에 자리잡은 한 VR 콘텐츠 개발사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싼 비용을 내고 부스를 차렸건만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푸념하던 이 대표는 "VR서밋 때는 앉아있을 새가 없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간 이 부스에 들른 바이어는 단 5명. 이 업체는 금요일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도망치듯 짐을 챙겨 부산을 떠났다.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다음날 BTB관 3층으로 올라가봤다. 사람이 없기는 매 한가지. 구석 쪽 통로에 인원을 체크하는 분이 있길래 3일간 몇 명이나 이 통로를 지나갔냐고 물었다. 충격적이게도, 전체 다 합쳐도 50명 미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깜짝 놀라 메이저 게임사 부스로 향했다. 큰 게임회사에서도 고개를 젓긴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2년 전이 그립다고 했다.

BTB관 부스 전경(출처=게임동아)
BTB관 부스 전경(출처=게임동아)

"BTB관에 들어 올 필요가 없어요. 비싸고, 예비 표도 없고요."

한 업계 관계자가 대뜸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스 관계자들이 바이어들을 모시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까지만해도 부스 별로 2장 정도씩 바이어를 위한 예비 비표를 줬는데 올해는 없어졌다고 한다. 누구든 일단 들어오려면 20만원이라는 비용을 내고 들어오라는 뜻이다.

때문에 업체 1~2군데 정도만 미팅하면 되는 바이어들은 오히려 업체를 불러내 바깥에서 미팅을 하길 원했다. 굳이 20만원을 내고 들어가는 것 보다 행사장 밖에서 편하게 쇼파에 앉아 미팅을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BTB의 폐쇄성 때문에 아예 행사장 밖에 커피전문점을 통째로 빌려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생겨났다. 이 업체는 "부스 설치비, 그리고 입장료 등을 생각해보면 날을 하루 잡고 카페를 하루 통째로 빌리는 것이 싸게 먹힌다."라며 "어차피 바이어들이나 관계자들도 좋은 커피나 빵 등을 먹을 수 있어 인근 카페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BTB관 부스 전경(출처=게임동아)
BTB관 부스 전경(출처=게임동아)

"조직위가 너무 수익성을 쫓아보니 생긴 결과에요. 거기에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도 많이 약해져서 2중고가 발생한 거죠."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 역시 도마 위에 올라있었다. 무엇보다 올해 중국 바이어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중국 바이어를 찾아 물어봤더니 "더이상 한국 게임을 찾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중국 현지 게임을 한국에 팔기 위해 왔다고 했다.

북미와 동남아 바이어들도 울상이었다. 한국의 S급 게임들은 대부분 대형회사에 속해 자체 서비스를 해서 컨택이 불가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폰 스펙이 너무 높아 가져갈만한 게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해외 바이어들 입장에서 지스타 BTB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보였다.

"사람이라도 많으면 신이 날텐데.. 파리 날려요.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몰라.."

BTB관을 차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BTB관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뭐라도 진행되지, 해가 갈수록 사람 자체가 줄어드니 김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부스를 차린 회사도 바이어도 매력이 없는데 가격만 높은 BTB관. 직접 참여한 사람들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상하게도 조직위가 발표한 인원 모객수는 사상 최대라는 웃지 못할 결과도 나왔다.

한 개발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큰일났네..'라고 되내었다. 지스타2016 게임쇼에서 여실히 보여준 BTB의 몰락. 조직위만 흥하다고 평가하고 참가한 사람들은 망할까봐 걱정하는 행사, 더 망가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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