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위험도가 심각하다. 특히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거나, 소화 장애와 비슷한 증상만 있어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타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3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전이 여부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은 암 환자 케어를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 했다. 대장암센터에서는 진단,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까지 원스탑 치료가 가능하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3기 이상 중증 대장암 생존율 80% 이상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센터장 민병욱)는 전이율이 높은 대장암 치료를 위해 다학제 협진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대장항문외과 민병욱 이선일 교수, 종양내과 오상철 이석영 김홍준 교수를 중심으로 흉부외과, 간담췌외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함께 논의한다.
민병욱 센터장은 “대장암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인데, 다학제 진료가 없던 예전이면 ‘치료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예단에 종양내과에서 외과 쪽으로 환자의뢰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환자를 수술하기 전에 8개 과 의료진이 최소 두 번 정도 환자의 상태와 수술 방법에 대해 회의를 한다. 수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여러 진료과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해법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는 타 장기에 전이된 말기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3기 이상 중증 대장암 환자 생존율이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난치성 말기 및 전이암 치료율을 국내 전 의료기관 평균값보다 10%포인트 높였다. 이는 탁월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 의료진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생존율 향상을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민 센터장은 “최근 적극적인 치료로 대장암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다”며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의료진의 실력이지만 환자를 위하는 마음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다학제 협진이 자리 잡으면서 3년간 고대 구로병원의 대장암 수술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간, 폐 등의 전이성 대장암 수술 역시 최대 5배가량 증가했다. 치료 성공률은 물론 환자 만족도도 향상됐으며, 타 병원에서 고대 구로병원의 다학제 협진을 벤치마킹하러 방문할 정도로 유명하다.
고대 구로병원 다학제 모습. 로봇수술기 다빈치 Xi로 합병증 최소화
대장은 복강 내 위치한 결장과 골반 내 위치한 직장인데, 직장은 골반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비뇨기 부위와 인접해 있고 그 주변으로 생리 현상과 성기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이 많이 지나간다. 때문에 암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신경 및 비뇨기 부분이 손상되거나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수술로 암은 성공적으로 치료됐으나 인공항문을 달거나, 성기능 장애가 생겨 암 치료 이후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다. 이를 보완하고자 고려되는 것이 로봇수술이다. 로봇수술은 기존수술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선명하게 보면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고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몇 개의 구멍만 뚫고 진행되기 때문에 흉터가 작고, 출혈도 적으며 회복이 빨라 환자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최고사양 로봇수술기 ‘다빈치 Xi’를 갖추고 있는 고대 구로병원은 대장암 수술에 로봇수술을 적용해 대장암 생존율 향상과 수술 부작용 최소화를 통한 환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다빈치 Xi’는 기존 로봇모델에 비해 고난이도 수술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직장암 등에 더욱 유리하다. 로봇팔이 기존 모델에 비해 길고 가늘 뿐만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각도도 30도가량 커서 복잡한 수술 환경에 따른 맞춤 적용이 가능해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선일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로봇수술 이전에는 육안으로 안 보이는 곳은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또한 직장암 환자의 경우 항문을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로봇 이용으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짐에 따라 항문 보존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대 구로병원은 대장암 수술에 있어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으로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적정성 평가에서 최상위인 1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수술 시 평균 입원 일수는 12.7일로 전체병원 평균인 14.1일보다도 낮으며, 수술사망률도 0.95%로 낮은 편이다.
유전적 특징에 따른 맞춤 항암치료
유전자 검사도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가 타 병원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구로병원에서는 항암제도 환자의 유전적 특질에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내 사용함으로써 치료 확률을 높이고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는 “같은 약이라도 유전적 특질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분석해 환자 개개인에게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항암제를 사용하고자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예방적 차원에서도 적극 활용되는데, 구로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대장암 환자의 2차 암 발생 여부까지도 철저히 예측해 관리한다.
유전자 검사와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이석영 종양내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 중 유전적으로 위암이나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은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장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2차 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족력 여부를 걸러내 대장암 환자들의 가족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대장암의 5% 정도는 유전성을 갖고 있으므로 자녀에게 대장암이 발병되지 않도록 관리 및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에서 수술까지 2주 내에 가능
고대 구로병원은 2014년 4월 암병원을 오픈하며 암 환자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진단-수술-항암-방사선치료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환자동선을 최적화했으며, 진단 후 수술과 치료까지 2주를 넘기지 않도록 해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시켰다. 특히 대장암센터 내에 독립적인 내시경실이 구비되어 있어 필요한 경우 방문 당일에 대장내시경과 CT 등의 기본검사가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1Day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민 센터장은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하루빨리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를 원한다.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가능한 한 2주 내에 진단과 수술 및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신종양학센터 등과 연계해 암 진단 이후 시작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영양사 등이 참여해 정신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 역시 구로병원 대장암센터가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과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각 분야 국내 최고 수준 의료진 포진
고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 의료진은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연수하며 상처 없는 수술법인 ‘노츠(NOTES-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에 대한 기초연구에 참여한 바 있는 민 센터장은 로봇수술을 비롯한 최소침습적인 대장암 수술의 선두주자로서 각광받고 있다.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는 2011년에 대장암 유전자 타입에 따른 맞춤형 항암치료에 대한 연구발표로 국제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는 정부에서 우수 연구자를 선정해 지원하는 각종 항암치료 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대장암 표적치료제 개발 및 천연물을 이용한 대장암 예방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이선일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세계 최고 권위의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수 후 대장암의 방서선 치료 향상에 대한 기초연구들을 진행 중이며, 특히 수술뿐 아니라 용종과 조기암에 대한 전문적 대장내시경 치료를 시행 중이다.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석영 종양내과 교수는 암 극복 패러다임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선진화시키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국내에 도입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