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새해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담배를 살 때마다 느끼는 ‘섬뜩함’이 금연을 계획 중인 흡연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제도가 23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울 때 나타나는 각종 폐해에 대한 구체적 이미지를 담뱃갑 표면에 담아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제도로, 비가격 금연 정책의 핵심으로 통한다.
담뱃갑에 담길 이미지는 폐암으로 가슴이 절개된 모습, 후두암으로 목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 구강암으로 입술이 썩은 모습 등 담배로 유발된 질환 사진(5종), 간접흡연, 조기 사망, 피부 노화, 성기능 장애 등을 주제로 한 그림(5종) 등이다. 이들 그림은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부착된다. 표면 면적의 30% 정도다. 사진 밑에는 ‘임신 중 흡연은 유산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됩니다’ 등의 경고 문구도 붙는다. 일반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 씹는 담배, 물담배의 포장지에도 모두 삽입된다.
얼마만큼의 금연 효과가 있을까? 국내 흡연율은 39.3%(2015년 성인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위다. 지난해 1월 시행된 담뱃값 인상의 경우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0%대로 떨어져 효과가 컸다’는 지지와 ‘담배 판매량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정부 세수(稅收)만 불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일단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뱃갑 경고 그림을 비가격 금연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된 후 유럽 등 101개국에서 시행 중일 정도. 브라질은 이 제도 도입 후 흡연율이 13.8% 감소했다. 캐나다는 흡연자가 될 확률이 12.5% 줄었다. 태국에서는 흡연자 44%의 금연 의지가 증가했다.
무엇보다 비흡연자, 특히 청소년의 흡연 시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의 경우 경고 그림 도입으로 청소년 3분의 2 이상에게 흡연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10대들이 예쁜 담뱃갑을 보며 호기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혐오스러운 경고 그림을 보면 흡연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원 연구위원은 “경고 그림은 2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한 번 담뱃값을 올리는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흡연 경고 그림이 담긴 담뱃갑은 이달 23일 아닌 내년 1월 말, 2월 초에야 시중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회사는 23일부터 제작하는 담배부터 새 흡연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하지만 기존의 경고 문구만 표기된 담배의 재고가 유통, 판매되는 데 1개월 이상 걸리는 탓이다. 복지부는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뱃갑 상단을 가리는 진열장을 설치하는 등의 꼼수도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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