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뇌중풍?… 이마 주름으로 쉽게 감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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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마비 진단과 치료

대전성모병원 제공
대전성모병원 제공
 회사원 김모 씨(34)는 결혼한 지 2년 된 아내(32)가 눈이 잘 깜빡여지지 않는다고 할 때만 해도 ‘직장 스트레스 때문인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금방 얼굴이 좌우 대칭을 이루지 않는 수준이 되자 함께 조퇴를 하고 신경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안면마비였다.

 최근 기온이 낮아지면서 안면마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면마비는 얼굴이 굳어 입이 비뚤어지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질환이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마비된 쪽으로 물과 음식이 새어 나와 불편하고, 외관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면 대인 기피 경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안면마비는 고령자가 한데서 자거나 찬바람을 쐬면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계절과 나이와 크게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안면마비의 원인으로는 알레르기, 바이러스, 염증, 혈관 경련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등이 꼽히지만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단순 안면마비 환자 중 60∼70%는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회복된다. 때로는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신경치료가 회복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주의할 점은 증상 자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회복이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 대다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을 보면서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는데, 전문의들은 이 같은 스트레스가 치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또, 눈꺼풀이 잘 감기지 않고 눈물 분비가 줄어 눈이 충혈되고 아플 수 있는데, 손으로 눈을 감겨 망막을 닦아주고 인공눈물을 넣는 게 도움이 된다. 조대현 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는 “잘 때 안대를 착용하거나 눈꺼풀에 테이프를 붙여 눈이 저절로 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뇌중풍(뇌졸중)을 안면마비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안면마비와 뇌중풍을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이마 근육의 마비 여부다. 뇌중풍에 걸리면 눈 아래의 안면 근육이 마비돼 입이 돌아가고 침이 새어 나오는 증세가 나타나지만 눈 위 근육은 정상이기 때문에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눈도 정상적으로 감을 수 있다. 반면 안면마비 환자는 이마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뇌중풍은 팔다리가 함께 마비되거나 어지러움 등 다른 증세가 동반되는 일이 많다.

 대상포진이 귀 주변에 발생했을 때 생기는 람세이(램지) 헌트 증후군도 안면마비와 구분해야 한다. 이는 대상포진이 귀 주변에서 시작되는 안면 신경을 침범해 마비를 초래하는 경우인데, 증상이 훨씬 복잡하고 치료도 힘들다. 붉은 반점 등 대상포진의 특징적 증상이 안면마비와 함께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의해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누구나 어느 날 안면마비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침착하게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안면마비#뇌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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