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제약업계, 임상중단 홍역 딛고 ‘신약 신화’ 다시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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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해 제약업계 달군 이슈
신약개발 성공 확률 9.6% 불과
평균 12년 소요, 비용 최소 수천억 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 정책
‘제미글로’ 年매출 500억 원 첫 돌파

새해 수출 등 매출 40억 달러 전망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떠올라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 2016년 제약업계를 정리하는 한마디는 ‘매경한고(梅經寒苦)’이다. 올해 제약업계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유한양행, 녹십자 등 주요 제약기업들의 임상 중단으로 홍역을 치렀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은 임상 중단 소식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에 따른 파장도 컸다.

험난한 신약 개발 과정


 제약업계의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신약 개발에 대한 시각과 이해를 환기시키는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신약 개발 성공률은 희박하다. 미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의약품 임상시험 성공률 분석 보고서(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2006-2015)’에 따르면 임상 1상 시험을 허가받은 신약 후보 물질이 품목 승인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10개 중 1개 정도다. 또 한국바이오협회는 의약품 후보 물질이 임상 1상부터 최종 품목 승인까지 성공할 확률은 9.6% 정도라고 발표했다. 미국바이오협회가 임상시험 모니터링 서비스인 바이오메드트래커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후보물질에서 신약 개발까지 평균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적으로도 최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요구된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을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후보물질 탐색을 통해 유효물질을 찾아낸다. 다음으로 이 유효한 합성화합물을 가지고 동물실험 등 전 임상을 실시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데 이 과정만 평균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실험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확보하면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건강한 소수 피험자를 대상으로 독성 평가 위주로 진행되는 1상 성공률은 63.2%로 그나마 높다. 하지만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처음 시험하는 임상 2상으로 넘어가면서 성공률은 30.7%로 급격히 떨어진다. 2상이 성공하고 임상 3상이 시작되면 성공 가능성은 58.1%로 임상 2상보다는 높아진다.

 3상 임상시험은 신약의 유효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후에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투여 시 안전성을 검토한다. 임상 3상을 무사히 거쳐야만 최종 신약으로 요건을 갖추는데, 이처럼 임상 1상에 돌입한 약물이 신약 승인을 받아내기까지의 확률은 평균 9.6%. 힘겹게 임상단계에 진입해도 10개 중 9개는 중도 탈락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도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가 반복된다. 예컨대 약효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거나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임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또 개발 중인 약물이 경쟁사의 효능과 개발 속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면 개발을 포기하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탄생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며 하지만 “제약기업들의 신약 개발 역량이나 의지에 대한 평가절하나 불신은 제약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산업계에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7·7 약가제도 개선 


 보건복지부가 올 7월 7일 발표한 ‘7·7 약가제도 개편안’은 글로벌 진출 신약에 대한 약가정책상의 우대책을 목표에 두고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조치는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되고 혁신형 제약기업, 국내 임상, R&D 투자 등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를 대체 약제 최고가보다 10%까지 우대하고 등재 기간을 단축하도록 했다. 또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 간 공동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글로벌 혁신 신약에 포함시켰다. 복지부는 관련 규정 개정 등 후속조치에 이어 지난 10월 24일 개선안 시행에 착수했다.

 고부가가치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등의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복지부의 개선안이 시행되면서 제약업계도 보다 구체적인 연구·개발 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제약산업은 2017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이 정체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DB
제약산업은 2017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이 정체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아일보DB


제미글로, 카나브 고공행진

 바야흐로 국내 개발 신약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제미글로 매출은 연내 500억 원 달성이 확실시되고, 카나브는 400억 원대 후반의 매출이 전망된다.

 도입 품목과 비교할 수 없는 수익성을 담보하는 자체 개발 국산 신약은 국내 시장에서 27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은 이들 중 상당수가 상업화 이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산 신약에 대한 선입견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국산 신약, 제미글로

 LG생명과학의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가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다. 대웅제약과의 공동 판매를 통해 국내 시장 마케팅을 강화한 데다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것이 주효했다. 제미글로는 발매 초기인 2013년까지만 해도 처방 실적이 57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 150억 원, 지난해 277억 원으로 지속적인 성장곡선을 그리더니 올해는 11월 누적 기준으로 500억 원을 돌파하며 지난해와 비교해 100% 성장률을 보였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고공비행

 발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카나브는 발매 첫해 100억 원이 넘는 실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2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354억 원에 이어, 올해는 11월 누적 기준 371억 원대, 처방 실적으로 400억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카나브가 내수시장 기준으로 처방액 400억 원대를 넘긴 것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연이어 좋은 실적을 나타낸 점을 고려했을 때 1000억 원대 국산 신약 탄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전망이다.

 카나브는 2011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시장 전역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또 러시아·중국 등 파머징 시장에 인허가·수출 계약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카나브의 내년 1차 목표인 700억 원대 실적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국산 신약이 단순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국산 신약 매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H 가입, 의약품 수출 가속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1월 일본에서 개최한 ‘2016년 하반기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정기총회’에서 한국은 ICH에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을 확정함으로써 미국, 유럽위원회(EC), 일본, 스위스, 캐나다에 이어 6번째 가입국이 됐다. ICH 가입은 향후 한국의 국제 신뢰도 상승은 물론이고 세계 의약품 시장 진출 시 일부 허가요건 면제, 허가기간 단축 등의 혜택이 있어 수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ICH 가입은 우리나라 의약품 허가·심사, 사후관리 체계 등 의약품 규제 전 분야에서 높은 수준과 전문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 세계 의약품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경제 성장률 대한민국, 제약산업 어깨가 무겁다

 이달 14일 ‘2017년 KHIDI보건산업전망세미나’에서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의약품 수출은 3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2%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 증가했으며 연구개발비 투자도 12.6% 늘었다.

 2017년에는 유럽, 미국 등 국내 의약품의 선진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3% 증가한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카나브, 제미글로 등 국산 신약 매출이 500억 원에 육박하며 큰 활약을 한 데 이어 내년에도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파머징 국가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유럽 등 거대 시장을 비롯해 중남미, 동남아 시장까지 정부 차원에서 약가 절감을 위한 제네릭 장려정책을 펼침에 따라 원료의약품의 수출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017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제약 산업은 2017년에도 생산 3.8%, 수출 17.3%, 매출 6.3%가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제약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의약#제약#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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