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불확실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둔 것도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뇌전증 신약 미국 시판 눈앞에
SK바이오팜은 2000년대 후반부터 중추신경계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뇌전증(간질)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탁월한 약효를 인정받아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 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국내 뇌전증 분야 전문가이자 임상 2상에 참여한 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금까지 뇌전증 치료제로 YKP3089(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와 같이 뛰어난 효과를 보인 약물은 없었다”며 “특히 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산업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현재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4년 49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6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6% 이상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YKP3089가 시판되면 미국에서만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뇌전증 치료 분야에도 새 장을 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전증을 포함해 그동안 SK바이오팜이 집중해 온 분야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이 분야는 신약 개발이 어렵거나, 난치성 환자가 많아 새로운 신약에 대한 요구가 크다.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은 2014년 810억 달러 규모로 항암 분야와 더불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며 2021년에는 9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을 총괄하는 조정우 부사장은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항암제 등의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뉴저지에 임상개발센터도 직접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지 병원이나 관련 그룹들과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SK바이오텍, 2020년까지 생산규모 확장
원료 의약품 생산 회사인 SK바이오텍은 SK바이오팜과 함께 SK주식회사의 바이오·제약 사업의 주요 축이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지속적인 투자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730억 원, 영업이익 223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두 배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2011년부터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하며 올해는 누적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SK바이오텍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해 미국과 유럽 주요 위탁생산업체(CMO) 영업이익률 15%를 훨씬 웃돈다. 이는 저가 복제약이 아닌 특허권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텍은 2020년 매출 1조 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증설 용지를 확보해 현재의 16만 L 생산규모를 2020년까지 80만 L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은 원료의약품 생산 시장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의 증가로 의약품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의약품을 자체 생산하던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수익성과 물량 확보를 위해 생산 전문회사를 활용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2010년 이후 24개 생산 공장을 매각했다.
연속공정 기술로 업계 선도
SK바이오텍이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것은 ‘연속 공정 기술’이다. 이는 연속적인 흐름 아래 자동화된 단위 조작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인데, 전 세계 CMO 중 양산화에 성공한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술 난도가 높다. 연속 공정 기술은 기존의 배치(Batch)공정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균일하게 고품질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고 폐기물도 최소화할 수 있어 글로벌 CMO들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SK바이오텍은 대덕연구단지의 생산 공장에서 연속 공정 기술을 통해 당뇨, 항암제, 항바러스제 의약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북미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장기적인 관계 구축은 엄격한 품질 관리 위에서만 가능하다. SK바이오텍은 대덕연구단지 내에 4개의 생산설비를 운영하며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기구, 일본 후생성의 현장 실사를 통과할 정도로 우수한 품질 관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도 SK바이오텍에서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공정 개발부터 의약품 원료의 상업 생산과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BMS,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선도 제약사들에 최적화된 공정을 제안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향후 완제 의약품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2020년 기업 가치 4조 원 이상의 글로벌 톱10 CMO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 시설 증설 외에도 글로벌 CMO와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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