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여러가지 사건들이 함께했던 2016년이 곧 마무리된다.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변모한 국내 게임 시장 상황상 콘솔게임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VR 시대의 개막, 새로운 게임기의 등장 등 제법 굵직한 뉴스들이 국내 콘솔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에 게임동아에서 올 해 콘솔 게임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가지 소식을 정리해봤다.
1. VR 시대 본격적인 개막. PS VR 발매 올해 게임업계를 가장 뜨겁게 만든 소식이라면 단연 VR을 꼽을 수 있다.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눈 앞에서 360도 화면을 감상하는 VR은 사용자들에게 가상세계에 들어간 듯한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 모바일 게임에 이어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소니가 올해 10월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VR(PS VR)은 PS4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기기로, 국내에 정식 발매된 첫 고급형 VR 기기다. 오큘러스, HTC바이브 등 100만원을 훌쩍 넘긴 다른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49만8000원)과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물건이 없어 구입을 못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게임들의 출시가 예고돼 있으며, 로이게임즈의 화이트데이:스완송 등 국내 개발사들의 작품도 발매될 예정이다.
2. 4K 시대를 열다. PS PRO, XBOX ONE S 발매 VR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게임기들의 차기 기종 발매도 콘솔 게이머들의 시선을 끈 소식이다. 연말에 맞춰 발매된 PS4 PRO와 XBOX ONE S는 정식 차기 기종이라고 할 정도로 확 바뀐 것은 아니지만, 4K 해상도 지원과 기기 성능 향상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변경점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PC로 4K 해상도를 즐기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하는 만큼, 게임기 하나만 구입하면 되는 4K 지원 콘솔은 가격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PS4 PRO와 XBOX ONE S는 과도기적인 기기인 만큼 4K 지원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는 둘다 반쪽자리이긴 하다. PS4 PRO는 4K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와 4K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만 네이티브 4K가 아니라 업스케일링 방식이며, 4K 블루레이 디스크도 지원하지 않는다. XBOX ONE S는 4K 스크리밍 영상 콘텐츠와 4K 블루레이 디스크를 지원하기 때문에 영상 측면에서는 완벽한 4K 지원기기이지만, 4K 게임은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4K 게임쪽에서 앞서 있는 PS4 PRO 쪽이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PS VR과 XBOX 진영에 비해 훨씬 많은 한글화 타이틀의 존재도 영향을 줬다). 내년이면 4K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는 XBOX 스콜피오의 공개가 예정되어 있으며, 닌텐도도 스위치라는 새로운 기기를 발표한 만큼, 좀 더 본격적인 차세대 게임기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3. 크라우드 펀딩의 문제점을 증명한 마이티넘버나인 팬들의 지원을 받아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게 해주는 크라우드 펀딩은 굉장히 매력적인 방식이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대형 퍼블리셔들은 상업적인 측면을 너무 앞세워서 개발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나 클래식 D&D 룰의 서양RPG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기피하는 장르의 게임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디비니티:오리지널 썬, 웨스트랜드2,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등이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들이다.
다만, 모든 크라우드 펀딩이 이렇게 아름다운 성공사례가 되지 못했다는게 문제다. 일부 크라우드 펀딩은 정확한 정보 공개 없이 개발자의 명성만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서 결과물이 사전에 공개된 정보와 다르거나, 최악의 경우 펀딩 진행 후 몇 년째 게임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적으로 아무런 검증작업 없이 개발자만 믿어야 하는 방식인 만큼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특히,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발표했던 마이티 넘버 나인은 몇 년째 정확한 정보 공개없이 펀딩 금액만 계속 늘려가 최종 4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집했으나, 나온 결과물은 록맨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볼 수 없는 엉망인 게임으로 나와 팬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그나마 마이티넘버나인은 나오기라도 했지,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고 사라진 펀딩도 적지 않다.
4. 한국 개발사들의 콘솔 게임 도전 지금까지 한국 게임 개발사들은 대부분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한 것이 사실이다.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를 개발한 판타그램이나 서풍의광시곡, 마그나카르타2를 개발한 소프트맥스,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펜타비전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 만드는 곳도 드물고, 만들었다고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고려하면서 온라인, 모바일 못지않은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개발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VR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VR을 지원하는 콘솔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조이시티가 PS4용 3 ON 3 프리스타일을, 제패토가 PS4용 플라잉 버니를 발매한 상태이며, 내년에는 넥스트플로어의 키도, 네오위즈게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로이게임즈의 화이트데이:스완송 등 다양한 게임의 발매가 예정돼 있다.
5. XBOX ONE 윈도우10 연동 MS가 XBOX ONE의 개선 모델인 XBOX ONE S를 발표했을 때 또 한가지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윈도우10과 XBOX ONE을 연동시켜 게임을 구입하면 양쪽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XBOX ONE 사용자들은 MS가 XBOX를 버리는게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PS4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XBOX ONE 전용 게임들을 PC에서 즐길 수 있다면 XBOX ONE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더욱 더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발매된 게임들을 보니 XBOX ONE이 버려질 정도의 소식은 아니었다. PC에서 XBOX ONE과 동일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XBOX ONE보다 훨씬 비싼 최고급 사양의 PC가 필요했다.
6. 미완성 게임 출시 논란 기대하던 게임의 발매는 게이머들에게 가장 기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했던 게임이 미완성 상태로 발매됐다면 그동안 믿었던 개발사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올해 출시된 게임을 보면 출시 전에 엄청난 기대를 받았으나, 실제로 발매된 후 플레이를 해보니 개발사가 약속했던 요소들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준 경우가 제법 많았다.
스트리트파이터4로 대전 격투 게임 붐을 다시 일으킨 캡콤은 올해 초 발매한 스트리트파이터5를 스토리모드, 아케이드 모드, 연습모드도 없이 오로지 네트워크 대전만 즐길 수 있는 미완성 상태에서 발매했으며, 초반에 네트워크 플레이조차 불안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스토리 모드 등 미완성 부분을 DLC로 계속 추가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출시 초기에 느꼈던 배신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한, 거대한 은하계에서 1800여개의 행상을 탐험하는 재미를 선보이겠다던 헬로게임즈의 노맨즈스카이는 뚜껑을 열어보니 스케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콘텐츠와 몇 개의 패턴이 반복되는 단순한 게임플레이 때문에 희대의 낚시 게임, 통수 게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코에이테크모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3 역시 예전 같으면 게임 내 콘텐츠로 포함됐을 요소들을 모두 유료 DLC, 게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출시해 엄청난 욕을 먹었다.
7.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나다. 라스트가디언, 파이널판타지15 발매 게임 출시를 기다리던 중학생들이 대학생이 됐다. 14년의 기다림으로 유명한 듀크 뉴켐 포에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정도면 엄청난 기다림이다. 2006년 첫 공개돼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던 파이널판타지15는 10년만인 올해 12월 29일에 발매됐으며, 이코, 완다와 거상의 후속작으로 유명한 라스트가디언은 2009년 첫 공개 이후 7년만인 올해 12월 6일에 발매됐다. 두 게임 모두 워낙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나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개발 기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인지 평가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8. PS4 상승세 이끄는 한글화 게임들 전세계로 영역을 넓힌다면 조금 다르겠지만 국내만 보면 PS4의 완승이다. 이제는 XBOX ONE을 PS4의 라이벌 기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PS4가 이렇게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게임의 적극적인 한글화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르소나5,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용과 같이 0 맹세의 장소, 슈퍼로봇대전 OG 문듀웰러즈, 라스트가디언, 파이널판타지15 등 많은 인기작이 한글화로 발매되면서 팬들을 기쁘게 했다. 내년에도 슈퍼로봇대전V 등 한글판 대작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PS4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용과 같이 6은 개발자인 나고시 총괄 감독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글화 출시를 예고했지만, 게임 내용 상의 문제로 갑작스럽게 출시가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9. 영웅의 화려한 은퇴. 언차티드 시리즈의 완결되다. 크레토스와 더불어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을 상징하는 최고의 영웅이었던 네이선 드레이크가 아쉽게도 올해 은퇴했다. 2007년 첫 작품이 발표된 이후로 지금까지 수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언차티드 시리즈가 올해 발매된 4편 언차티드4: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을 마지막으로 완결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에도 언차티드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지만, 그동안 시리즈를 훌륭히 이끌어왔던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는 4편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편에서는 은퇴했던 네이선 드레이크가 어린시절 헤어졌던 형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거 이야기와 감동적인 엔딩으로 팬들에게 최고의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제 게임에서는 네이선 드레이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겠지만, 2019년에 개봉한다는 언차티드 실사 영화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보자.
10. 레드 데드 리뎀션2 공개 인정한다. 조금 사심이 담겼다. 이 외에도 굵직한 소식이 많이 있지만, 마지막은 팬심으로 레드 데드 리뎀션2의 개발 소식을 꼽았다. 락스타게임즈의 레드 데드 리뎀션은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 데드 리볼버는 캡콤에서 만들다가 포기한 것을 락스타게임즈가 판권을 넘겨받아 완성한 게임으로, 아쉽게도 국내에는 정식 발매되지 못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2010년에 발매된 2편 레드 데드 리뎀션은 서부를 배경으로 한 완벽한 오픈월드 세계를 완성시켜 그해 최고의 게임상(GOTY)를 수상했다.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한글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올해 국내 모 매체에서 레드 데드 리뎀션의 리마스터판이 한글화되어 출시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한 바 있으나, 곧이어 밝혀진 소식은 리마스터판이 아닌 레드 데드 리뎀션 2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17년 가을에 발매될 예정이며, 최근에 발매된 락스타게임즈 게임들이 대부분 한글화 발매되고 있으니 레드 데드 리뎀션2 역시 한글화로 발매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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