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기린 개구리의 공통점이 생겼다. 바로 개체 수가 감소하여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만약 이 동물들이 멸종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포유류는 더 이상 치타가 아니다. 목이 가장 긴 동물은 기린이 아니고, 물과 육지를 오가는 작은 양서류는 개구리가 아닐 것이다.
최근 라이브사이언스닷컴과 CNN에 따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기린을 취약종으로 지정했다. IUCN의 레드 리스트는 절멸종부터 평가불가종까지 9단계다. 이 가운데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은 심각한 위기종, 멸종위기종, 취약종이다. 기린이 이 중 하나로 분류된 것이다.
전 세계 기린 수는 2015년 9만8000마리 이하로, 30년 전 16만 마리에 비해 40%가 줄었다. 기린이 계속 사라지는 이유는 서식지 감소와 밀렵, 질병 등이 원인이다. 앞의 두 개는 인간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간이 농토와 광산을 넓혀 가는 동안 기린이 살 곳은 줄어든다.
치타 역시 서식지의 약 90%가 감소해 현재 72만4514km² 내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을 누비던 치타가 잠비아 면적 정도 내에서만 살고 있는 셈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런던동물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100마리가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같은 경우, 2000년 1200마리였던 치타가 2016년에 170마리로 줄었다. 과학자들은 치타의 보존 분류 등급을 멸종위기종 단계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타는 넓은 서식지가 필요한 동물이다. 그렇다고 보호구역을 늘리는 게 해답이 아니다. 치타 중 77%는 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어서 개체 수 감소에 대처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코스타리카 우림에서는 양서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생태학자 브라이언 피야노프스키는 최첨단 마이크로 소리를 수집해 전과 후를 비교 분석했다. 자연의 리듬과 양서류 및 곤충들의 템포를 듣는다면 그곳은 매우 건강한 생태계임에 분명하다. 많은 수의 청개구리 혹은 딸기독화살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야노프스키는 멸종의 소리를 들었다. 2008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 때, 소리의 진동수에서 개구리가 차지하는 곳이 확연히 달라졌다. 물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개구리의 부재를 나타내는 징표임엔 분명하다. 매우 깨끗해 보이는 코스타리카 우림에서조차 개구리가 사라지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마이애미 동물원의 보존 생태학자 스티븐 화이트필드는 수년 동안 코스타리카의 열대우림을 걸어 다니며 조사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개구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왔다고 말했다. 서식지 감소가 주된 이유이지만, 코스타리카 우림과 같이 깨끗한 곳에서조차 개구리가 실종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킬러 진균이라고 불리는 카이트리드(호상균류로서 양서류 피부의 호흡과 신경 기능에 치명적임)의 확산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두 원인 모두 인간이 주범이다.
생명은 멸종되면 되돌릴 수 없다. 우리에겐 솟과에 속하며 한때 한반도에 살았던 오록스(1627년 멸종), 마다가스카르에서 살았던 가장 큰 코끼리새(1650년 멸종), 몸무게가 6t에 육박했던 스텔러바다소(1768년 멸종), 족제빗과인 바다밍크(1860∼1870년 멸종), 마구잡이 남획으로 사라진 카리브해몽크물범(1950년대 멸종), 코스타리카의 고유종이었던 황금두꺼비(1989년 멸종) 등을 다시 볼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건 멸종 속도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1일 1종씩(혹은 수십 종씩)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종의 멸절은 단순히 약육강식에 따른 진화의 결과가 아니다. 멸종은 재앙이고 인재(人災)다. 생물의 멸종은 연쇄효과를 가져온다. 생태계가 붕괴되면 인간이 위험에 처하는 건 당연지사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멸종이 나쁘기만 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삼엽충은 진화한 물고기와의 경쟁에서 패배해 사라졌다. 더 나은 종이 나타나기 위한 한 단계가 멸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획, 서식지 파괴, 환경 재앙은 종들 간의 경쟁 자체를 배제한다. 그렇다면 멸종은 진화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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