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기기와 연결하는 선이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우리에게 많은 자유로움을 준다. 이어폰과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팔이나 몸에 걸릴 일이 없고, 스마트폰과 연결했다면 전화를 받을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 직접 들지 않아도 된다. 이 덕분에 운전 처럼 양 손을 모두 써야하는 작업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중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과거 블루투스 이어폰은 핸즈프리로 많이 쓰였다. 무선 전송 규격인 블루투스로 보낼 수 있는 데이터 양이 그리 많지 않아 고음질 음악 감상에 어울리지 않았으며, 배터리 지속시간 역시 그리 길지 못했다. 하지만 무선 전송 규격이 발전하면서 CD 음질 이상의 음원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됐고, 블루투스 기술 자체의 배터리 소모도 줄어들어 더 오랜 시간 동안 무선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 형태도 더 다양하게 바뀌었다. 과거 한쪽 귀에만 꽂던 형태의 이어폰은 목에 걸치는 넥밴드 방식이나 백헤드 방식으로 바뀌었고, 아예 각 유닛이 두 개로 나뉜 이어폰을 양쪽 귀에 꽂는 완전 무선 방식도 등장했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넥밴드 방식이다. 이 중 가장 물리적으로 큰 만큼 음질을 위한 칩이나 더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만큼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불편하다. 즉 언제나 목에 걸고있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휴대하는 것은 어렵다.
데이비드테크가 선보인 엔보우 노블S4는 넥밴드 방식의 이런 점을 개선한 접이식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일반적인 넥밴드형과 달리 다리를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부피를 절반 정도로 접어서 휴대할 수 있다. 특히 다리를 펴면 일반적인 넥밴드형과 크기나 형태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내장할 수 있는 등 기능적인 부분도 같다.
버튼을 누르면 릴을 이용해 케이블을 자동으로 감는 장치 등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케이블을 당겨서 뽑으면 약 20cm 정도 늘어나,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도 케이블이 제법 여유가 있다. 양쪽 다리 끝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케이블이 자동으로 감긴다. 이렇게 케이블을 감아 두면 평소 보관할 때는 케이블이 꼬이지 않게 할 수 있다.
휴대를 위한 전용 파우치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다리를 접어 파우치에 넣으면 가방 속에서도 다른 물건과 쉽게 섞이지 않기 때문에 보관이 편리하다. 또, 파우치 내부에는 그물망으로 분리된 부분이 있어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이나 교체용 이어팁을 보관할 수도 있다.
버튼 구성은 단순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전원 스위치와 음량 조절 버튼, 통화 버튼 등이 오른쪽 다리에 몰려있고, 왼쪽에는 특별한 조작 버튼이 없다. 전원 버튼을 켜면 블루투스로 연결할 기기를 자동으로 찾으며, 동시에 오른쪽 LED 표시등에서 빨간색 조명과 파란색 조명이 번갈아 깜빡인다. 이후 스마트폰 등의 기기와 정상적으로 연결되면 조명이 꺼진다.
특징적인 부분으로 엔보우 노블S4는 IPX4 등급의 방수 기능도 갖췄다. IPX4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활 방수 수준으로, 모든 방향에서 약한 수압으로 날아오는 물방울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야외에서 비를 맞아도 문제 없으며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운동 중 땀이 이어폰에 스며들어 제품이 고장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땀과 먼지로 더러워져도 물에 가볍게 씻으면 된다.
착용감은 편하다. 뒷부분은 목을 알맞게 감싸고, 버튼과 케이블이 있는 다리 부분은 그대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턱에 잘 부딪히지 않는다. 특히 목을 감싸는 부분은 제법 유연한 소재로 제작해 어느 정도 비틀어도 손상돼지 않는다. 부술 목적으로 쥐어 짜지 않는 한은 말이다.
물론 이 제품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음질이다. 전반적인 소리가 고음보다는 중음이나 저음에 집중돼 있어서, 고음역 위주의 음악을 들을 때는 마치 얇은 벽 하나를 두고 건너편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느낌이다. 하지만 저음역은 나쁘지 않다. 타격감이 그리 강한 것은 아니지만 비트에 맞춰 나는 '둥둥' 소리가 마음에 든다. 음질은 음악 감상보다는 운동 중 음악을 듣는 데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 릴이 케이블을 감는 힘도 너무 강하다는 느낌이다. 케이블을 가장 길게 뽑은 뒤 버튼을 눌르면 케이블이 너무 세게 감기기 때문에 가끔씩 이어폰 유닛이 턱이나 뺨을 때를 때가 있다. 제법 아프다. 이를 막으려면 평소 사용할 때 케이블을 너무 길게 뽑지만 않으면 되지만, 감는 힘을 조금만 더 약하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느낌도 든다.
이런 아쉬운 점은 가격이 모두 해결해준다. 제품 가격은 2017년 4월 중순 기준으로 약 3만 9,000원에서 4만 원 사이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전용 파우치를 제공하고, IPX4의 방수 등급을 갖춘 점등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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