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행된 단통법은 스마트폰 판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공시지원금 최대 금액은 정해져 있고, 이 때문에 소비자 부담은 더 커졌다. 대신 이통사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부담을 낮춰 고객을 끌어오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출고가 인하, 결합할인, 혜택 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특히 단말 판매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곧 출시될 갤럭시 S8을 보면, 기본 모델이라 하더라도 공시지원금을 적용했을 때 약 80만 원 정도다. 이를 24개월 할부로 구매한다면 월 3만 3000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해야 하니 구매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 구매 주기가 채 2년을 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부담은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 이통사가 내놓은 단말 판매 프로그램들은 단통법 내에서 합법적인 구매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그 중심에는 '중고 가격 보장 프로그램'과 '제휴카드 할인'이 있다.
중고 가격 보장 프로그램의 등장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나온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아이폰 6, 6+였다. 게다가 처음으로 LG유플러스도 출시 대열에 합류해 국내 이통 3사 모두 아이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대화면 적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첫 아이폰 출시였기에 LG유플러스는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LG유플러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단말 프로그램으로 판매 전략을 세웠다. 'O(제로)클럽'과 'U클럽'이 그것이다. O클럽은 18개월 사용했을 때의 중고폰 가치 만큼 구매 시 미리 단말 할부금을 할인해줬다. 당연히 중고폰 반납이 조건이다. 초기 고객 부담금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U클럽은 12개월 이상 이용 기간 누적 기본료가 70만 원 이상 내고, 쓰던 단말기를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과 단말 지원 위약금을 면제해줬다. 둘 다 단통법으로 비싸진 단말 할부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었다.
LG유플러스가 해당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일주일 후 SK텔레콤도 부리나케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프리클럽'이 그것인데, LG유플러스의 O클럽과 U클럽을 교모하게 결합한 형태였다. 18개월 누적 기본료가 80만 원 이상이면, 스마트폰 반납 조건으로 가입 시 30만 원대의 선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KT 또한 '스펀지 O(제로)플랜'이란 이름의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먼저 할인을 받는다는 의미로 선보상 프로그램이라 불렸는데, 문제도 있었다. 소비자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분실하거나 파손될 경우 보상받은 금액을 이통사에 고스란히 물어줬다. 게다가 우회적인 불법 보조금이라는 지적도 나와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결국 방통위는 이 제도가 특정 단말기·요금제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차별적으로 제공되고, 반납 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18개월 후 분쟁 소지가 크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SKT와 KT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LG유플러스만 유지하게 된다.
이후 LG유플러스는 U클럽을 기반으로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심쿵클럽, H클럽, R클럽, 중고폰 보장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아이폰 7 출시에 맞춰 'H+클럽' 및 '아이폰클럽'을, 이번 갤럭시 S8에서는 '최대 50%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 및 'U+갤럭시 클럽'도 만들었다. 이들 클럽은 일정 기간 단말기를 사용한 후 반납 조건으로 남은 단말 할부금을 면제하는 것이 골격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고객을 늘리는데 꽤 유효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SK텔레콤도 2016년 4월에 '프리미엄클럽'이라는 이름의 유사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되며, KT도 아이폰 7 출시와 함께 '아이폰체인지업'을 내놓게 된다. 이통 3사 모두 곧 출시될 갤럭시 S8 전용 단말 할부금 면제 프로그램을 발표한 상태다.
신용카드를 활용한 할인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은 이제 빠지지 않은 판매 전략이다. 여기에 하나 더 활용하는 것이 신용카드를 통한 간접 할인이다. 이통사는 공시지원금 외엔 소비자에게 할인을 줄 수 없으므로 카드 전월 실적에 따라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 방식을 쓴다.
해당 방식은 단통법 이전에도 있었지만, 2014년 12월 KT가 혜택을 강화한 신용카드 2종을 내놓은 이후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KT는 카드 전월 실적에 따라 적립 포인트를 받는 방식과 매월 통신비 할인이 되는 신용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전월 이용 실적에 따른 할인 금액을 최대 1만 5000원(전월 70만 원 이상 사용 시)과 7000원(전월 30만 원 이상 사용 시)으로 상향하고, 기존 무선에만 제한된 통신 요금 할인을 인터넷, IPTV 등 유선 상품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후 2015년 상반기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S6'가 나왔을 때 KT와 LG유플러스는 신용카드를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넣기 시작한다. 이때 SKT는 OK캐쉬백을 활용해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할인 전략을 세웠다.
신용카드 할인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이통사들을 카드사와 제휴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 될 때마다 새로운 신용카드 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할인 폭도 점점 넓어졌는데, 30만 원 이상 사용 시 1만 5000원, 70만 원 이상 사용시 2만 원 가량의 할인이 최대 장기할부 기간인 36개월까지 제공됐다. 직장인의 경우 한 달에 70만 원 이상은 보통 사용하다 보니 할인 금액이 적지 않았다.
2017년 들어서는 신용카드 할인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기존에는 통신비 결제와 한 달 사용량이 조건이었지만, 해당 신용카드로 단말 할부금을 일정 부분 결제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갤럭시 S8의 판매 전략
곧 출시될 갤럭시 S8, S8+도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과 신용카드 할인을 전면에 내세운 판매 전략을 이통 3사 모두 전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으로 'T갤럭시클럽S8'을 내놨다. 월 이용료는 5500원으로 갤럭시 S8 개통 후 1년 뒤 프리미엄 삼성 단말기 교체 조건으로 출고가의 최대 50%까지 잔여 기기 할부금을 면제해 준다. 월 이용료는 T멤버십 포인트로 낼 수 있다. T삼성카드를 사용하면, 2년간 요금 할인도 된다.
흥미로운 건 'T갤럭시클럽 제로'다. T갤럭시클럽S8과 S8카드(삼성) 할부 결제가 필수인데, 초기 1년간 청구되는 갤럭시 S8의 기기 할부금을 1년 뒤 교체 시점까지 유예해 준다. 신용카드 할부금은 내야 하지만, 이통사에서는 단말 할부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초기 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다.
KT도 비슷하다. '갤럭시S8 체인지업'에 가입하면 1년 후 출고가의 최대 50% 면제가 된다. 월 이용료는 3300원으로 멤버십 포인트를 할인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할인은 3가지가 있다. 프리미엄 슈퍼할부 현대카드는 2년 간 최대 48만 원 통신비 할인에 4만 원 캐시백을 더해 총 52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T-K bank 체크카드는 월 120만 원이 이상 사용 시 2년간 최대 72만 원, olleh CEO우리카드는 월 100만 원 이상 사용 시 2년간 최대 72만 원이 할인 된다.
LG유플러스는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와 카드사 선택의 폭이 타사보다 조금 더 넓다. 일단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새로 내놨다. 18개월 이후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할부원금의 최대 50%까지 보장해준다. 이용료는 월 7,700원(VAT포함)으로, 월 납부요금 6만 5,890원(VAT포함)이상의 VIP/VVIP 등급 고객의 경우 이용료 전액을 멤버십 포인트로 할인된다.
'U+갤럭시 클럽'은 타사와 비슷한 프로그램은 12개월 이후 사용하던 중고폰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을 전액 면제받는다.
신용카드는 LG U+ 빅팟 하나카드는 전월 30만 원 이상 1만 7000원 할인이 되어 24개월 동안 총 40만 8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으며, LG U+ 하이-Light 신한카드, LG U+ 하이라이트 KB국민카드는 전월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월 최대 2만 5,000원의 카드 이용료가 할인된다.
LG유플러스는 단말 할인 면제 프로그램으로 가장 오래 운영해 왔는데, 평균 단말 교체 주기인 18개월 사용이 조건이었다. 작년에 12개월 사용 조건의 프로그램을 이통 3사 모두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18개월 사용 조건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유플러스
신규 단말 출시는 타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통 3사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과거 단통법이 나오기 전에는 불법 보조금을 활용해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 이때 가입자들은 100만 원 안팎의 고가 단말을 거의 0원에 가깝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어떤 이통사에 가입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통법의 시행으로 이통사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SKT가 취한 전략은 50%의 가입자를 유지하는 방향이었고, 그동안 챙기지 않았던 기기변경에 많은 힘을 실었다. 이에 비해 KT는 위약금 폐지 같은 고객 위주의 과감한 전략을 펼치기도 했지만, 비교적 조용히 내실을 다졌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LG유플러스였다. 활발하게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며 고객을 유인했고, 신용카드 할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객의 지갑을 열었다. 이 둘을 활용한 지금의 단말 판매 방식은 LG유플러스가 주도해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2015년 말 이통사 점유율은 SKT(44.53%), KT(25.90%), LGU+(19.49%)를 차지했지만, 2016년 10월 말 기준 점유율은 SKT(43.84%), KT(25.63%), LGU+(19.52%) 순이었다.(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SK텔레콤과 KT의 점유율은 내려갔지만, LG유플러스는 소폭 올랐다.
올해는 또다시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9월에 단통법 상한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최대 33만 원의 제한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과연 이통 3사의 단말 판매 전략은 어떻게 달라질까? 중고폰 가격보장 프로그램이나 신용카드 할인 같은 복잡한 방법이 아닌 단말 자체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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