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구원이 칠레 등에 구축한 지상망원경 ‘KMTnet’로 발견
지구서 1만3000광년 거리
국내 연구진이 자체 구축한 천체 관측 시스템으로는 최초로 태양계 밖에서 지구형 행성을 찾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공동으로 천문연의 지상망원경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과 NASA의 우주망원경 ‘스피처(Spitzer)’로 지구에서 1만3000광년(1광년은 약 9조4600억 km) 떨어진 지점에서 질량과 크기가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OGLE-2016-BLG-1195Lb)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KMTnet는 천문연이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2015년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3곳의 천문대에 독자적으로 구축한 천체 관측 네트워크다. 이충욱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지상망원경(KMTnet)과 우주망원경(스피처)을 함께 활용하면 우리가 두 눈으로 사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듯 지구와 외계행성의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한 행성은 질량이 지구의 1.43배이며 암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심별(항성)과의 거리도 태양∼지구 거리인 1AU(천문단위·1AU는 약 1억5000만 km)와 비슷한 1.16AU다. 다만 중심별이 태양 질량의 7.8%에 불과하고 태양보다 차가운 적색왜성이어서 행성의 표면온도는 태양계 외곽의 명왕성(섭씨 영하 약 230도)보다도 낮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이 행성은 현재까지 알려진 외계행성 중 중심별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비교적 멀다. 앤드루 굴드 천문연 해외초빙연구원(독일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교수)은 “지구형 행성이 다양한 조건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존 예상보다 지구형 행성이 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3600여 개 대부분은 중심별과의 거리가 1AU 이하로 가까웠다. 최근 39광년 거리의 별 ‘트라피스트-1’ 주변에서 발견된 외계행성 7개도 중심별과의 거리가 0.01∼0.06AU였다. 기존에는 주로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동안 별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식(蝕) 현상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중심별과 행성이 너무 멀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없다.
반면 KMTnet는 행성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면서 별의 밝기가 순간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다. 중심별과의 거리가 1∼10AU 내외인 행성을 관측하기 좋다. 중력렌즈법을 통해 발견한 외계행성은 세계적으로도 단 56개뿐이며, 이번에 발견한 행성은 그 중 크기가 가장 작고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도 NASA와 협력 연구를 통해 중력렌즈법을 통한 외계행성 탐색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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