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개와 고양이의 식스센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대학생 딸이 강아지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왔다.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를 위해 강아지를 맡아주게 된 것이다. 한 달간 함께 생활하게 된 강아지는 4년생 몰티즈. 이름은 ‘마리’였다. 강아지 주인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설쳐대니까 잠잘 때는 마리가 아예 움직이지 못하도록 목줄을 한곳에 매놓아야 한다’는 메모까지 첨부했다.

그렇게 부산스럽다던 마리가 우리 집에서는 무척 얌전히 지냈다. 식구들을 볼 때마다 쉴 새 없이 혀로 ‘얼굴 공격’을 해올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는 품성이니 낯선 환경 때문에 얌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목줄이 없어도 밤에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않았다. 처음 집에 들어올 때 붉게 충혈돼 있던 눈의 흰자위와 몹시 가려워하던 귓병도 어느새 말끔해졌다. 딸이 마리의 사진을 찍어 해외여행 중인 주인에게 스마트폰으로 보냈다. 주인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며 놀라워했다.

마리의 변화는 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마리 주인이 사는 집은 수맥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터였다. 강아지는 수맥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맥파가 있는 자리를 피하려다 보니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눈과 귀까지 이상 증상이 생겼던 것. 그러다가 수맥파에서 비켜난 터에서 생활하면서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빨리 되찾을 수 있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에도 수맥지대가 있다. 마당 한구석에 조성해 놓은 화단은 1m 폭으로 수맥파가 방사(放射)되고 있다. 밤이 되면 길고양이들이 잠을 자기 위해 화단으로 찾아오곤 했다. 자기들끼리 ‘침실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소리도 들렸다. 밤마다 길고양이들이 내는 아기 울음 같은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결국 수맥파 차단 조치를 단행했다. 그 후부터는 길고양이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수맥파 등 유해한 지기(地氣)를 선호하는 특성을 보인다. 물론 유해한 지기, 즉 ‘살기(殺氣)’는 사람 입장에서의 관점일 뿐이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수맥파 지대가 ‘생기(生氣)’이자 명당이다.

터와 관련한 개와 고양이 얘기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등장한다. 대만(臺灣)에는 ‘묘래궁(猫來窮),구래부(狗來富)’라는 민간 속설이 있다. 떠돌이 길고양이가 찾아오는 집은 살림이 궁핍해지는 징조이며, 길강아지가 방문하는 집은 부유해지는 길조라는 뜻이다. 이를 풍수적 시각에서 해석해 보자. 길고양이가 본능적으로 끌림을 느끼는 집은 사람에게는 유해한 기운이 서린 곳이므로 거주자의 건강과 운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반면에 길강아지가 스스로 찾아오는 터는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주는 명당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는 떠돌이 길고양이와 길강아지들에게 해당하는 경우다.

반려묘(伴侶猫)에 대한 속설들은 북유럽과 러시아에 많이 전해진다. 북유럽 각국에는 고양이의 특징적인 행동과 습성에 따라 날씨, 길흉 등을 점치는 얘기들이 널리 퍼져 있다. 특히 러시아 사람들은 새집으로 이사할 때 고양이를 이용해 주인의 잠자리 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고양이가 나쁜 기운을 가려내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터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주목했다. 2000여 년 전 고구려의 제2대 유리왕은 도읍지를 새로 정할 때 돼지를 이용했다(삼국사기).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꿩, 제비, 까치가 알을 낳는 곳이나 노루가 쉬는 곳에서 좋은 터를 구했다는 등 동물을 이용한 명당구득(明堂求得) 설화가 전국 각지에서 전해 내려온다. 지금도 반려견을 이용해 명당을 찾을 수 있다. 야외에서 개가 실컷 뛰어놀다가 즐겨 쉬거나 편안히 잠을 자는 터는 명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래는 사람도 터에 대한 감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사람도 철새처럼 지구의 자기장 감지력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과학 실험으로 증명했다. 자기장은 땅 기운보다 더 미세해 감지하기가 쉽지 않은 파동(波動)이다. 사람이 자기장을 느낄 정도의 식스센스를 가지고 있다면, 터의 기운을 파악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퇴화된 현대인의 능력을 반려동물이 대체해 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터의 기운 정보를 알려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단지 사람이 무심해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시대를 맞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로서의 반려동물을 다시 생각하는 요즘이다.
 
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반려묘#반려견#수맥지대#강아지 수맥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