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유목민)를 꿈꾼다.” 제주에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한 부부가 그린 미래다. 전 세계 1270만 다운로드. 인디게임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모바일게임 ‘빅헌터’를 만든 카카로드인터렉티브의 김진우(37) 대표 겸 총괄디렉터와 김진희(34) 기획마케팅 실장 얘기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게임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부부를 제주도 서귀포 표선비치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이들 때문에 제주로 내려와 청둥오리·호랑지빠귀와 친구
김진우·김진희 부부는 인디게임 개발사 공동경영자이면서 두 아이를 둔 부모다. 제주도에 정착한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 때문이다. 사실 제주도는 부부에겐 예행연습지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꿈을 이루기 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장소다. 그런데 계획보다 일찍 제주도에 터를 잡은 이유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다. 부부는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물론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데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부부는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나가서 물놀이를 하고 조개를 캐고, 낚시도 하는 그런 꿈을 꿔왔다. 창의력을 키우는 시기엔 자연에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한다는 게 부부의 지론이다. 그래서 가장 잘 놀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제주도를 떠올렸다고 한다. 또 확 트인 곳에서 게임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한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빅헌터가 성과를 내면서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그때는 회사를 조금 더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원래 자신들이 꾸던 꿈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 좀 더 일찍 제주도로 와 버렸다고 한다. 부부는 “내려오니 제안이 없더라”고 웃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하고 있다. 집 앞으로 꿩이나 청둥오리가 놀러오고, 호랑지빠귀가 밤새 울어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