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임상시험 성패, 이젠 디지털 전략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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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환자의 혈압 변화는 실시간 데이터로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되고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환자와 의료진에게 즉각 알람이 울린다. 의료진은 환자의 정확한 이력을 확인하고 치료 솔루션을 제시한다. 환자의 데이터는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에도 활용돼 치료제 효능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사람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플랫폼,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시스템 등 디지털 첨단 기술들이 헬스케어 산업에도 적용되면서 이러한 맞춤형 질환 관리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전례 없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신약 물질의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절차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연구자가 환자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종이에 일일이 기록해 결과를 추적하는 수기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해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임상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인 메디데이터 역시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지난해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기록하는 ‘모바일 헬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환자 1인당 하루에 1800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헬스케어 분야는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산업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산업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제약사가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의 숫자가 3년 전에 비해 7,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어났다고 경쟁력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서야 한 기업이 파트너 없이 임상 3상(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홀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산과 규모의 제약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임상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많은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 사이에서 임상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데이터 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플랫폼을 도입한 기업은 많지 않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우수한 임상기관과 인적자원에 기대 임상시험의 성과를 냈다면, 이제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혁신을 도모해야 할 때다.

에드윈 응 메디데이터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 edng@mdsol.com
#dbr#경영#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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