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어느 정도 성능이 검증된 부품으로 구성된 PC는 뛰어난 체감 성능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컴퓨팅 기술은 병목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PC 성능에 발목을 잡았던 저장장치(하드디스크)는 SSD의 등장으로 몇 년 전부터 해방이 된 상태여서 몸으로 느껴지는 성능 자체는 크게 향상된 상태다.
그래도 더 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제공되는 PC의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빠른 처리속도를 경험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반도체는 원론적으로는 성능이 정해져 있다. 예로 1GHz의 작동 속도를 가진 제품이라면 설계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겠으나 그에 어울리는 성능이 나온다. 성능은 정해져 있으니 자연스레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이다.
반면, 비공식적이지만 정해진 속도를 뛰어 넘어 성능을 높이는 비기 같은 것이 있었다. 오버클럭(Overclock)이 그 주인공. 1GHz로 작동하던 부품을 1.2~1.5GHz 이런 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말한다. 번거롭고 부담은 있었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성능 향상이라는 달콤한 과실이 뒤따랐다.
흥미롭게도 튜닝 PC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오버클럭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왕이면 구매한 PC의 성능이 더 좋았으면 하는 욕구도 있겠지만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자부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버클럭을 알면 성능 향상이 보인다
위험 요소는 있어도 오버클럭을 시도하는 이유는 성능향상이 주는 쾌감 때문이다. 자기만족 요소가 더 크지만 남들과 다른 나만의 PC가 완성된다는 성취감은 큰 매력이다. 사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것이 오버클럭이다. 어렵다고 언급한 이유는 모든 설정을 스스로 적용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처음 시도하는 이에게는 어렵고, 자주하는 이들에게는 귀찮은 존재다. 반대로 쉽다고 언급한 이유는 메인보드 자체에서 자동 오버클럭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오버클럭은 메인보드 내에서 바이오스 메뉴가 별도로 존재한다. 흔히 전원을 인가한 다음 키보드의 DEL 또는 F1/F2 등의 기능 키를 눌러 진입하게 된다. 대신 빨리 입력해야 진입할 수 있다. 순식간에 윈도 운영체제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스에 진입했다면 고급 메뉴를 확인하자. 에이수스는 익스트림 트위커(Extreme Tweaker) 또는 에이아이 트위커(Ai Tweaker), 기가바이트는 엠아이티(M.I.T) 등의 이름으로 제공한다. 여기에서 오버클럭을 위해 수동(Manual) 또는 고급(Expert) 등을 선택하면 자유롭게 전압이나 기능을 설졍/해제 가능하도록 바뀐다.
오버클럭의 기본은 내부 전송속도(BCLK)와 배수다. 기본 BCLK는 100MHz에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 배수를 곱하면 최종 작동속도가 나온다. 예로 코어 i7 7700K는 4.2GHz로 작동하는데, 이는 BCLK 100MHz x 배수 42을 곱해 나오는 수치다. 이 배수와 BCLK 등을 변경하면 바로 원하는 속도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이 수치를 변경한다고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작동 속도는 기본 설계에서 벗어난 수치이기에 작동 성공을 위한 변화를 줘야 한다. 여기서 개입하는 요소는 전압. 이 부분을 속도에 맞춰 인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오버클럭 작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 대부분 이 과정에서 낙오한다.
주로 프로세서의 기본 속도에서 약 5~10% 가량으로 간단하게 오버클럭을 하고자 한다면(다른 부분에 관심 없다면) 메모리 전압(DRAM Voltage) 정도를 손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DDR4 메모리 대부분 1.2~1.25V의 전압을 가지지만 한계치인 1.5~1.6V 정도를 인가하면 속도를 높이고서 성능 향상을 노릴 수 있다.
CPU 코어 전압(Core Voltage)이나 입력 전압(CPU Input Voltage), 캐시 전압(CPU Cache Voltage)는 조금 손 봐도 좋다. 물론 안정화가 이뤄질 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모든 설정에 손 대는 것보다 적은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고성능 메모리의 'XMP'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
비교적 쉽게 하는 방법은 정해진 오버클럭 모드를 불러오는 것만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수동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메인보드는 속도 중시형, 안정성 중시형 등 유형에 따라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제공된다. PC 메모리 내에 속도 정보를 프로세서와 연동해 오버클럭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메모리의 최대 성능 정보를 담은 인텔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XMP)이 있는 메모리를 써야 한다. 흔히 속도에 영향을 주는 메모리 타이밍과 전압, 작동 속도 등의 정보를 메모리에 담아 필요에 따라 불러오도록 설계해 번거로운 조율 작업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 빡빡한 오버클럭을 즐기는 고수라면 큰 의미가 없지만 간단한 설정으로 성능을 높이고 싶은 초보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XMP 메모리는 주로 고성능 메모리에 기본 적용되므로 가격이 높다. 흔히 작동속도 자체가 XMP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작동속도에만 신경 쓰면 된다. 예로 PC4-24000(DDR4 3,000MHz) 규격의 메모리라면 XMP로 불러와도 해당 속도로 작동하게 된다.
정보를 불러오면 메모리 속도와 프로세서의 속도를 메모리에 맞춰 동기화한다. 인텔 코어 i7 7700K의 예를 들자. 이 프로세서 내 메모리 제어 장치는 최대 DDR4 2,400MHz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DDR4 2,666MHz 또는 그 이상의 XMP 메모리를 활용해 동기화하면 작동 속도에 맞는 비율로 동기화가 이뤄지고 작동속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 기능은 메인보드 오버클럭 설정에서 선택 가능하다. 자동과 수동, XMP와 같은 항목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메모리 관련 설정을 기본에 맡기고자 한다면 XMP를 선택하면 된다. 메모리가 XMP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 항목은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다.
XMP를 활용해 오버클럭을 시도하면 메모리 속도와 전압 등에 맞춰 메인보드 오버클럭 설정이 변경된다. 메인보드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는 프로세서 내부 속도(BCLK)가 변경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의 - 오버클럭에는 늘 위험이 따릅니다
일반인도 클릭 또는 키보드 조작 몇 번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변화한 오버클럭이지만 정해진 속도 이상을 끌어내는 과정이니 늘 주의해야 한다. 특히 냉각장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무래도 속도를 높이면서 전압을 더 인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발열이 증가한다. 대부분 오버클럭을 시도하는 이들은 고성능 냉각장치를 선택하게 되는데 제품의 성능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장착으로 인해 열전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프로세서는 이를 감지해 보호하지만 혹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걱정된다면 오버클럭이 되어 있으면서도 보증이 가능한 제품이나 완제품 PC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제품 선택에서도 오버클럭에 특화된 제품인지 살펴봐야 한다. 인텔 코어 i7 7700K와 같은 오버클럭 특화 프로세서도 있지만 메인보드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부품에도 오버클럭 잠재력을 품은 제품들이 여럿 존재한다. 가격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부품을 쓰기 때문에 선택 전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오버클럭은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과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오버클럭 과정에서 발생한 파손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니 신중히 접근하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