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글로벌 담배회사 BAT의 촨 류 박사(사진)는 이 말부터 꺼냈다. 그는 BAT가 다음 날 국내에 출시하는 가열 담배 ‘글로’의 개발을 총괄한 인물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담배 회사는 가열 담배의 유해성분이 일반 담배의 10% 미만이라고 주장하지만 못 믿겠다는 반론이 많다는 까칠한 질문부터 던졌다. 이에 류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9가지 독성물질을 국제 기준에 따라 측정해 비교한 결과”라며 “추가로 여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만으로도 잠재적으로 (인체에 덜 유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원리가 궁금했다. 류 박사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담배에 열을 가해 150도가 되면 증기와 함께 니코틴이 나오고, 독성 물질은 300∼600도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나온다. 그는 “일반 담배를 태우면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지만 가열 담배는 온도가 24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독성 물질이 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흡연 습관을 고려하면 가열 담배가 덜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보통 덜 해로운 담배는 더 자주 피우거나 더 세게 흡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BAT는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흡연량, 습관에 아무런 제약 없이 6∼8주간 일반 담배만 피운 그룹과 가열 담배만 피운 그룹의 신체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류 박사는 “이 실험에서 가열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가열 담배에서도 흡연 욕구를 부르는 니코틴은 일반 담배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굳이 더 자주 피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열 담배는 전자 담배와 동일한 세금과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가열 담배가 인기를 끌자 일반 담배처럼 더 높은 세율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래 가열 담배의 유해성을 자체 검사한 뒤 이를 토대로 규제 수준을 확정하려고 했지만 가열 담배 검사 장비가 없어 난감한 표정이다.
류 박사는 “과학은 중립적이다. 가열 담배에 관한 한 담배 회사가 가장 전문적이고 풍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 데이터는 과학적 절차와 기준에 따라 얻은 결과라 누가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언제든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열 담배 성분 분석을 담배회사에 위임하고, 각종 검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만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는 답변마다 ‘과학자로서(As a scientist)’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담배 회사 직원이 아니라 과학자로서 ‘팩트에 기반을 둔 답변’이라는 걸 강조하려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흡연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금연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 가열 담배나 일반 전자 담배를 피우라고 조언하겠다.” 참고로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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