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스마트폰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5∼6시간을 넘기 어렵다. 많은 기업이 배터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연구진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에 흔히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시간을 최대 5배까지 늘릴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최장욱 KAIST EEWS대학원 교수팀은 같은 학교 코스쿤 알리 교수팀과 공동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존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 전극으로 흑연을 이용했다. 이 흑연에 리튬을 섞어 넣고, 리튬이 전기를 저장하도록 만들었다. 흑연 대신 실리콘(Si)을 이용하면 충전량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충전 과정에서 부피가 크게 늘어나 몇 번 쓰지 못하고 배터리 자체가 망가지곤 했다.
연구진은 실리콘 입자의 안정성을 한층 높인 ‘고용량 이차전지 고분자 바인더’를 새롭게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 성과인 ‘분자 기계’ 원리를 응용했다. 두 개의 링 모양 분자를 연결해 하나의 체인으로 만드는 화학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이렇게 만든 실리콘 배터리는 부피 팽창을 500회 이상 반복해도 망가지지 않았다. 상용화 수준인 3mAh/cm²의 전극 용량을 유지했다. 현재 정보기술(IT) 기기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성능이다. 분자 기계 원리가 고용량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최초로 적용된 사례다.
최 교수는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연구해 기존의 기술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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