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6월 1일~7월 23일) 평균 최고기온은 29.1도.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기온(27.9도)보다 1.2도나 높았죠. 열대야도 올해 5.2일로 지난해(0.8일)에 비해 7배 가까이 됐습니다.
열대야 기간에는 잠들기도 힘들고 자주 깨며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합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잠자는 동안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 움직임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선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죠. 낮 시간에는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열대야를 이기려면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늦은 밤 강변둔치를 산책하거나 찬물 샤워는 익숙한 열대야 풍경이지만 모두 잘못된 대응법입니다.
① 집안 온도를 가능한 낮춰라?
열대야를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체온을 낮추는 것입니다. 밤에 너무 더우면 뇌의 ‘온도조절중추’를 흥분시켜 각성상태가 되어 잠을 이루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틀어 놓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전체 수면 과정을 놓고 보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다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근육을 수축시키고 영양분을 연소시킵니다. 이런 활동이 잠자는 동안에 진행되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기 힘들죠.
자기 전에 에어컨을 1,2시간 동안 가동해 집 안의 기온을 낮춘 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잠든 뒤엔 1시간 이내로만 가동되도록 시간을 조절합니다.
보통 18¤20도를 최적의 수면 온도라고 하지만 이것은 사계절의 평균값입니다. 우리 몸은 높은 온도에 서서히 적응하므로 여름밤 실내 온도는 25도 정도가 무난합니다.
② 배불러야 잠 잘 온다?
야식배달사업도 ‘열대야 특수’를 톡톡히 누립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열대야를 극복하려면 한밤중에 야식을 즐기는 습관도 미련 없이 버려야 합니다.
위장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수축운동을 위한 자율신경 활성이 지속됩니다. 잠자리에 들기 약 3시간 전부터는 어떤 음식이든 배불리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졸음이 온다’는 속설이 있지만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허기를 느낄 때는 우유 한 잔과 치즈 또는 바나나 한 쪽 정도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밤이 돼 어두워지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우유와 바나나에 많이 들어있는 ‘트립토판’ 성분이 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합니다.
③ 잠자기 전 찬물 샤워?
찬물 샤워를 끝낸 직후엔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체내에서 열을 생산해 체온이 금방 다시 올라갑니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열을 방출시키는 주요 통로인데 찬물 샤워를 하면 피부가 수축됩니다. 피부 면적이 줄어들면 열 방출 효율이 더 떨어져 금방 더워지는 것이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피부 수축 없이 수분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차지 않은 미지근한 물로 자주 샤워하는 것이 좋습니다.
④ 술 한 잔 마시고 푹 자기?
더울 때 소주나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술은 잠을 잘 들게 해 줄지는 몰라도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술을 마시면 갈증이 나고 소변이 마려워서 잠자는 중간에 자주 깨게 되죠.
수박도 열대야 숙면의 숨은 훼방꾼입니다. 수박 과육에 풍부한 ‘시트룰린’ 성분은 요소 생성을 촉진해 이뇨작용을 일으키죠. 방광이 차면 중추신경이 자극을 받아 잠에서 깹니다.
⑤ 공포영화로 더위 쫓기?
무서운 장면을 보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땀이 납니다. 그 땀이 증발하면서 체열을 빼앗아가므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흥분된 교감신경을 가라앉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힘듭니다.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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