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500만 시대다. 어느덧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혼밥/혼술(혼자 먹는 밥/술)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는 점점 더 개인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기기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굳이 만나지 않아도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관계'는 어느 때보다 자유스럽고 맺기도 쉬워졌지만, 딱 그만큼 깊이도 얕아졌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마음을 얻는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일상의 우연한 발견이 저술로 이어져 결국 책이 됐다. 그 주인공은 <노와이(KnowWhy)/나비의활주로>의 저자, 허일무 박사(경영학)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관리와 혁신, 리더십 개발을 위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이른 바 '변화 디자이너'다.
이젠 노하우가 아닌 노와이가 중요한 시대다(출처=IT동아)
집 근처 시립도서관을 찾았다가 특이한 자동판매기를 발견한 저자는, 궁금한 마음에 자동판매기 주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 후 많은 이들에게 이를 알리고 싶어 책으로 썼다고 한다. 무슨 스토리기에 책까지 냈을까? 들어보자.
문득 눈에 들어온 자동판매기에 유독 부착물과 글귀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붙어 있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 또 그 안에는 각 음료수마다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재미있게 설명한 푯말이 붙어있었다. 이를 자세히 읽어보니 자동판매기 이용자들이 운영자에게 보낸 감사편지와 운영자의 답장들이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자동판매기에 이렇게 따뜻한 소통이라니! 이런 소통이 가능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저자는 운영자에게 연락해 직접 만났다.
자동판매기 운영자 유계승 사장은 '자판기 커피의 장인'이었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한 열 가지 원칙'을 정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체크하지 않아도 스스로 반드시 지켜나갔다.
이를 테면 매일매일 알카리 이온수를 교체하고, 국내 대형회사에서 생산하는 믿을 만한 커피 브랜드를 고집했다. 컵은 항공사에 납품되는 최고급 종이컵을 사용했고, 균일하지 않은 봉지커피 탓에 자판기에 넣기 전에 반드시 맛을 보고 로스팅이 잘못 된 커피는 봉지째 버리기도 했다. 즉 자신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건강한 차와 음료수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이다.
대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거나 수험생이다. 그들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싸고도 맛있는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 낮은 가격대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또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판기 옆면에 입시정보와 취업정보가 부착된 두 개의 게시판도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각종 최신 정보를 직접 스크랩해 게시판을 운영했다. 이러한 노력이 자동판매기라는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사람들은 이를 향해 감사편지를 쓰고 선물을 놓고 가기 시작했다. 소통에는 감동이 중요하다.
"자판기는 교감입니다. 세상과의 교감, 사람과의 교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용자들하고 교감하는 거죠."
우리는 때로 평범한 것으로부터 보게 되는 아름다움과 위대함으로부터 큰 영향과 감동을 받는다. 동네 자동판매기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 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일과 비즈니스를 대면해야 하는지까지도 확장된다.
이제는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나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하우(Know-How)'가 중요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과 네트워크의 발달,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혁신으로 더 이상 노하우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가 공감하는 스토리, 서로 무관한 것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아이이더,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끌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사랑 받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자신들만의 문화와 핵심가치 등의 정신적 자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노와이(Know-Why)'다.
우리는 그 동안 '왜'에 관한 고민 없이 '무엇'과 '어떻게'에만 집착해 왔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 다양한 해결책이 넘쳐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 이제는 '왜(Why)'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자는 개인과 조직이 일에서 더 많은 행복과 몰입을 경험하며 성과를 내고 인본주의적 가치 실현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야 말로 삶의 진정한 기쁨이다.
일상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된 이 책은, 노와이를 실현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 사례와 함께 개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노와이를 실천할 수 있는지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노와이를 발견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개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다른 생각과 관점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것, 그리고 치열하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라. 열정과 영감이 되살아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 뚜렷해 질 것이다. 진정한 소통과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일에 성장과 행복이 지속되길!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출처=IT동아)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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