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심심치 않게 국산 콘솔 게임을 볼 수 있지만 PSP가 유행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오늘 이야기 나눌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없었다면 그나마도 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디제이맥스 시리즈는 PSP 중흥을 이끈 대표적인 국산 콘솔 게임이자 당시 아케이드와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전 중인 리듬 액션 게임 장르의 확산을 도운 작품이었다. 특히 PSP 계열로 쏟아진 8편의 작품은 높은 판매량과 함께 많은 팬을 양성 시켰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리듬 액션 게임 장르의 인기는 서서히 쇠퇴했고 아케이드 시장의 하락세가 겹치며 차기작, 후속작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2008년 12월 디제이맥스 트릴로지가 PC로 출시된 후 시리즈는 조용히 마지막을 알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6년 5월 로키 스튜디오의 개발실장 'BEXTER'에 의해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다시 나올 것을 알렸고 오랜 기다림 끝에 PS4용 '디제이맥스 리스팩트'가 출시됐다. 시리즈 4년 만의 신작이자 5년 만의 콘솔 시리즈, 그리고 7년 만에 나온 본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으로 말이다.
리스펙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재도약을 알린 작품이다. 정식 넘버링 시리즈 등장 전 기존 시리즈의 팬과 명작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작품을 통해 다시 시작될 시리즈를 선보이기 전 디제이맥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리부트다. 이 게임은 다양한 플랫폼이 예상 됐지만 시리즈를 견인한 PSP 버전의 초기 시리즈 (디제이맥스 포터블1, 2)를 더 선명해진 그래픽과 다양한 기어, 그리고 나아진 편의성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당시 PSP로 시리즈를 접한 팬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한 구성이라고 본다.
단순히 명곡들의 나열이 아닌 1편과 2편의 전곡이 리부트 되어 등장한다. 그리고 일부 패드 조작상 어려웠던 노트의 개선과 백 그라운드 애니메이션(BGA) 고화질 및 개선, 음질 개선 및 모드 개선, 초보부터 고수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노트 라인 수 제공 등도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편과 2편 전곡의 개선이다. 음질이야 말할 것도 없이 좋아졌다. 고급 음향 기기가 붙어 있는 (예를 들어 사운드바) 기기에서도 최고의 음향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포터블 버전의 이어폰도 충분히 좋았지만 리스펙트 버전은 압도적으로 퀄리티가 올라간 느낌이 든다.
그리고 BGA들도 대폭 개선됐다. 모든 부분이 압도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큰 FHD 화면에서도 부족함 없는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일부는 해상도에 맞춰 보강된 수준이지만 '아침형 인간'이나 '바람에게 부탁해' 등 인기 노래는 큰 폭으로 달라졌다.
물론 완전히 새롭게 탈 바꿈 하면 더 좋았겠지만 리부트 개념을 생각했을 땐 충분히 납득될 수준이다. BGA 제작 부분은 오히려 신곡 부분에서 대폭 나아졌다. 신곡 및 리스펙트만의 추가 사항에 대해서는 아래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당연히 기어 및 노트 등도 고화질로 변경됐다.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요소로 추가 됐으며, 각각 단순히 외형을 떠나 애니메이션 등의 효과 등이 더해진 것들이 존재해 보는 재미가 강해졌다. 그러면서도 눈에 불편함을 주는 효과들은 최소화 수준으로 개편돼 확실히 편한 느낌을 준다.
기존 포터블 1, 2편의 수록곡은 삭제된 2곡을 제외, 106곡이다. 온라인에서 시작을 알린 'Enemy Storm'을 비롯해 'Astro Fight'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Memory of Beach' 등이 있다. 전설의 시작을 알린 'NB Ranger'도 당연히 수록돼 있다.
독특한 풍의 '태권부리'와 2편의 시작을 알린 '설레임', 힙합곡 'Get Out', 다시 봐도 충격과 공포 그 자체인 'NB POWER' 'NB Rangers: Returns' 등도 리부트 되어 수록 됐다. 단순히 BGA와 음원만 강화된 건 아니다. 노트 일부도 패드 형태에 맞춰 개선돼 재미를 높였다.
PC 온라인 버전으로 시작된 디제이맥스 시리즈라서 일부 노트는 게임 패드로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키 세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은 가능했지만 6개 라인 이상의 플레이에선 손에 쥐가 나거나 실패 되는 일 등이 자주 발생했다.
리스펙트 버전은 이런 일이 정말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기존 시리즈보다 훨씬 적응하기 쉬우며 충실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난이도가 내려간 건 절대 아니다. 여전히 리듬 액션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은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리스펙트 버전의 큰 매력은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된 높은 게임성에 있다. 괜한 아쉬움이 생기지 않게 만든 풍성한 수록곡과 편의성을 대폭 올린 시스템 개선, 다양한 부가 기능과 설정, 그리고 멋진 신곡과 온라인 기능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곡이다. 40곡의 신곡은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름다운 BGA와 더욱 풍성해진 음원, 그리고 손맛을 한껏 살린 물 오른 노트는 어떠한 라인 수준에서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향후 DLC로 나올 곡들에 대한 기대치를 정말 한껏 높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인기곡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선 부족하거나 게이머들의 선택이 저조할 수도 있었으나 이를 높은 수준의 퀄리티의 음원과 BGA, 노트 등으로 극복한 느낌이 든다.
이 중 추천곡은 단연 'NB Ranger – Virgin Force'다. 무려 실사 영상이 들어가 있다. 직접 보면 기존 NB Ranger 시리즈는 장난에 불가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오프닝 곡인 'Glory Day'와 코믹한 연출의 'kung Brother' 등 다양한 곡들이 눈과 귀, 손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아케이드와 프리스타일, 그리고 미션, 온라인 등으로 나눠지는 게임 모드는 오히려 욕심 내지 않아 충분히 괜찮았다고 본다. 새롭게 추가된 미션 모드는 정해진 조건을 만족 시키며 단계를 완료하는 모드다. 곡과 규칙이 미션마다 다르게 설정돼 있고 이걸 완수하면 다른 미션이 해금된다.
물론 재미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미션 자체는 라인 수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초보자, 중급자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극복하지 못한다. 당장 필자만 해도 10단계 이상부터는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물론 슈퍼 울트라 상급자들에겐 이 또한 별 것 아니지만.
온라인 모드는 기존 1대1 방식과 흡사하지만 서로 1곡씩 선택해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경쟁하는 재미를 높였다. 선곡에 따라 각자 버튼과 난이도를 다르게 선택할 수 있으며, 만점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므로 무조건 피버를 걸기 좋은 난이도 높은 곡보단 완벽하게 연주하는 곡이 좀 더 유리한 느낌을 준다. 선곡 가능 곡은 프리스타일 모드에 풀려 있어야 가능하다.
게임성 부분에서는 대폭 개선된 느낌이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억지 배치 같은 경우가 대 부분 해소 됐으며, 골치 아픈 존재로 여겨졌던 플레이 큐 시스템도 제외됐다. 그리고 진행 단계에 맞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해금 요소가 존재해 '파고 드는 재미'가 극대화 된 느낌이다.
전작에서 지적됐던 피버 시스템들의 단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노트 화면 전체를 가리는 듯한 난감했던 피버 폭발 이펙트는 간소화 됐고, 피버 발동에 따라 배속이 증가하는 요소도 삭제됐다. 화살표 아래나 X 버튼 아무거나 피버를 발동할 수 있게 한 점이나 오토 발동 등도 만족스럽다.
이 외에도 제품의 특성에 맞춰 입력지연 싱크를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비롯해 25단위 실시간 배속 조절, 일시 정지 후 타이밍을 잡기 좋게 해주는 기능, 다양한 곡들을 빠르게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편리한 인터페이스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일부 단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PS4 프로에서는 특정 곡 연주 시에 노트 프레임 저하 현상이나 화면이 일부 깨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 십자패드 조작 시의 일부 인식 기능으로 인해 롱노트가 끊어지는 단점 등이 있다. 물론 향후 개선될 부분들이기에 패치를 기다려보자.
결론을 낸다면 리스펙트는 단순한 리부트 작품을 넘어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멋진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146곡의 방대한 볼륨부터 게임을 즐기기 최적화된 다양한 편의성, 그리고 수많은 해금 요소들까지 마니아부터 입문자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후에 나올 다양한 DLC는 디제이맥스 시리즈의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줄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리듬 액션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게이머라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절대 놓치면 안 되면 마스터 피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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