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동양의 무협과 서양의 중세식 판타지를 골고루 소비하잖아요. 국산 게임에도 동서양의 세계관과 취향이 녹아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검은사막’을 제작한 펄어비스의 김대일 이사회 의장(37·사진)은 25일 경기 안양시 펄어비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국산 게임의 강점을 이렇게 분석했다. 검은사막은 2014년 12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뒤 일본 러시아 북미 유럽 등 100여 개국에서 가입자 765만 명을 확보했다. 이 기간 누적 매출액은 3400억 원. 이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김 의장은 “그동안 국산 게임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화라는 이름으로 기존 게임을 크게 뜯어고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산 게임이 이미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벌어진 실수”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산 게임은 중국과 미국 유럽의 콘텐츠를 고루 접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기획할 때에도 ‘이건 미국식이고, 이건 일본식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죠. 다양한 게임을 접해온 우리에겐 각 문화권의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 특유의 감각이 있는 거죠.”
검은사막은 동양권에선 깔끔한 디자인 때문에, 서양권에선 게임 이용자의 선택권이 높아 인기라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펄어비스 매출의 약 75%는 해외에서 나온다. 지역별로는 북미·유럽이 31.3%, 대만 28.3%, 일본 10.3%, 러시아 4.3% 등 비교적 고루 분포되어 있다. 다만 검은사막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의장은 “네트워크에서 수많은 사용자를 연결해본 경험을 토대로 PC온라인을 넘어 모바일과 콘솔(비디오) 등으로 게임의 중심축을 여러 방향으로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로 자금을 확보하면 유명 지식재산권을 가진 게임사에 대한 인수합병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검은사막 외도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NHN, NHN게임스 등을 거치며 ‘릴온라인’과 ‘R2’ ‘C9’ 등의 흥행작을 만든 게임 개발자로 2010년 펄어비스를 창업했다. 현재 회사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그는 게임 기획과 개발 총괄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번에 펄어비스의 주식 공모가가 펄어비스의 희망 수준(8만∼10만3000원)대로 결정되면 김 의장은 약 4000억 원의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펄어비스 상장이 성공할 경우의 소감을 미리 묻자 그는 “주식 부호가 되어도 게임 개발자로서의 업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꼭 남의 얘기 같다”며 “인터뷰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게임 개발을 하러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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