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더위에 사라졌던 입맛도 돌아오고 있다. 제철을 맞은 대하나 꽃게, 전어 같은 해산물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가을 음식이다. 그런데 막상 이들 해산물을 즐기려 해도 저렴한 양식 해산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해산물이지만, 사실 양식을 거부하는 까다로운 해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꽃게다. 산란기 어획을 막기 위한 금어기가 올해에는 8월 21일 해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어시장에 풀리고 있다. 올여름 유달리 더웠던 덕분에 어획량은 풍년이다. 꽃게는 난류성 어종이라 수온이 높을수록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해서 빠르게 커진다. 현재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잡힌 꽃게량은 작년보다 약 20% 늘었다. 특히 가을에는 여름에 알을 낳아 홀쭉해진 암게보다 활발하게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이 통통하게 찐 수게가 더 맛있다.
꽃게는 양식으로 대량생산하기 어렵다. 수온 유지가 관건이다. 식탁에 올릴 정도의 크기로 키우려면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하며 12회 넘게 허물을 벗어야 한다. 야생에서는 11번 허물을 벗은 뒤 겨울을 난다.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먼바다로 나가 바닥에 붙어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오면 다시 물속을 헤엄치며 활동을 시작한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꽃게는 수온이 20도는 돼야 본격적으로 활동하므로 사시사철 따뜻한 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동물성 먹이를 먹기 때문에 먹이 공급도 어렵고, 동족끼리 서로 잡아먹어 양식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양식으로 키우기보다는 각 지자체 연구소에서 갑장(몸통 가로 길이) 1∼2cm 정도의 어린 꽃게를 키워 바다에 300만∼500만 마리씩 방류하는 방식으로 꽃게 어획량을 관리한다.
가을이 오면 대하도 서해안 일대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서해와 인접한 각 지자체에서는 9월 대하축제를 연다. 대하는 서해안에서만 서식하는 토종 새우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cm가 넘을 정도로 크다. 크기가 큰 만큼 먹을 게 많다. 이런 대하축제에 가면 대부분 국산 대하는 자연산이다. 양식한 것은 해외에서 들여와 키운 흰다리새우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까지 대하를 양식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흰다리새우 양식으로 바꿨다. 대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인 흰반점병에 취약하고, 밀집 상태로 기르기 어려워서다. 반면 아열대성 해양 동물인 흰다리새우는 대하보다 질병에 강하고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개체를 기를 수 있다. 대하만큼 크기가 큰 것도 중요한 이유다. 김수경 해양수산연구사는 “경제적인 면에서 흰다리새우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대하 양식이 급격히 줄었다”며 “토종 새우 보호 차원에서 내년부터 대하 양식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어 또한 가을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4∼5월에 산란을 끝내고 더운 여름 동안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전어는 섭씨 15∼18도의 해수를 따라 돌아다니는 회유성 어종이다. 우리나라에는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찾아온다. 우리나라 전 지역 연안에서 잡히는데 잘 잡힐 때는 낚시꾼들이 하루에 낚시로만 100∼200마리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양식 기술은 이미 발전했는데도 거의 양식하지 않는다. 전어를 양식하려면 수온을 까다롭게 맞춰야 하고, 양식해도 1년 내내 인기 있는 물고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 양식을 하지만 올해엔 무더위로 수온이 높아져 양식장에서 전어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관리가 어렵다. 문성용 해양수산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전어는 가을에 즐기는 물고기라는 인식이 강해 가을에 많이 찾기 때문에 양식까지 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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