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혈액형으로 위급할 때마다 응급수혈이 힘들었던 RH마이너스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돕기 위한 모임이 8일 대한적십자혈액원(원장 전재수)에서 발족됐다. 전 박사는 현재 RH마이너스형 환자의 출현빈도는 전국적으로 한 달에 한 명 꼴이며 종전처럼 주한 미군병원이나 외국인에게만 의존할 수 없어 이 모임이 성립되게 됐다며…”(동아일보 1972년 9월 8일자 7면)
혈액형은 A형, B형, O형, AB형이 있지만 각각 RH+형과 RH-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경우 A형은 34%, B형 27%, O형 28%, AB형 11%다. A형은 섬세하고 O형은 호기심이 많다는 식의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흥밋거리로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RH형 분류는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RH+형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9.7%를 차지하지만 RH-형은 0.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RH-형은 ‘사회의 소수자’인 셈이다.
RH-형은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1940년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의 혈액과의 응집반응 여부를 통해 구분한 혈액형의 한 종류다. RH는 붉은털원숭이의 첫 두 글자를 딴 것. RH-형은 표면에 RH응집원이 없는 적혈구를 갖고 있는 혈액형을 가리킨다. RH-의 수혈은 RH- 혈액형 보유자끼리 해야 한다. RH-면 다 되는 게 아니라 ABO식 혈액형도 일치해야 한다. 희귀 혈액형인 만큼 사고나 질병으로 수술할 때 수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1972년 9월 대한적십자혈액원은 RH-혈액형 서로돕기 모임을 발족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했다. 전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RH인자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모른다”며 꼭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실제로 1970대만 해도 ‘RH-혈액형 구함’이 TV 속보로 뜰 만큼 수혈 받기가 어려웠다.
현재 RH-형 보유자가 수혈을 받으려면 의료기관이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응급수혈용 혈액을 요청하게 된다. 혈액원에 혈액이 없을 경우 적십자사 고객지원(CRM)센터가 갖고 있는 RH-형 보유자 리스트를 통해 응급수혈을 요청한다. RH-형 보유자 봉사단체인 ‘RH-봉사회 전국협의회’에 연락할 수도 있다.
2011년 6월 14일자 동아일보는 혈액이 모자라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병원의 통보를 받았던 RH- B형 여성이 RH-봉사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을 보도하기도 했다. 희귀 혈액도 나누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