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흰머리 한 개 뽑으면 그 자리서 두 개 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0일 15시 02분


인체에는 보통 100만~150만 개의 털과 500만개 가량의 모낭(털이 자라는 피부 주머니)이 있습니다. 체모는 생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다양한 외부 자극으로부터의 보호와 체온 조절 등의 기능을 하죠. 꼭 필요하진 않지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부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머리카락과 수염, 음모는 같은 속도로 자랄까요? 흰머리를 뽑으면 그 자리에 흰머리 두 개가 날까요? 우리 몸의 ‘털’에 관한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풀어봅니다.


Q. 털의 성장기간은 같나?


A. 아닙니다.

털은 어디에 나느냐에 따라 성장기간이 다른데요. 눈썹(4~8주)이 가장 짧고 머리카락(2~6년)이 가장 깁니다. 팔 부위는 13주, 다리 음모 겨드랑이는 4개월, 턱수염은 1년입니다.

분포 부위에 따라 밀도도 다릅니다. 가장 촘촘히 나는 곳은 머리입니다. 머리카락은 ㎠당 약 100~150개가 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수염 40~45개, 음모 30~35개 정도의 순입니다.

Q. 자라는 속도도 다른가?

A. 그렇습니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하루 0.3~0.4㎜, 겨드랑이 털과 음모는 하루 0.2~0.3㎜ 정도씩 성장합니다. 머리카락의 경우 밤엔 거의 자라지 않다가 아침이 되면 자라기 시작해 오전 10~11시에 가장 빠른 속도로 자랍니다.

머리카락을 제외한 부위의 체모는 수명이 짧아 성장한 뒤 곧 빠지는데요. 빠진 자리에 다시 털이 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Q. 털을 밀면 더 두껍게 난다?

A. 아닙니다.

털은 사람과 같이 성장주기가 있습니다. ‘성장기-퇴행기-휴지기’에 따라 털이 자라고 없어지기를 반복하죠.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털은 더 검고 두꺼운 반면 퇴행기에 있는 털은 가늘고 흐린 색을 띕니다. 털을 밀거나 뽑으면 그 자리에서는 이제 막 자라나는 성장기의 털이 보다 더 눈에 보이겠죠. 그래서 털을 밀고 난 후 자라는 털을 보게 되면 더 두껍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 Tip: 흰머리 vs 새치

동양인은 일반적으로 40대 전후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30대 이전의 젊은 나이에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새기 시작하는 것은 새치로 분류하죠. 흰머리와 새치는 멜라닌 합성이 안 되면 생긴다는 원인은 같지만 나는 부위가 다릅니다. 흰 머리는 옆머리에서 시작해 윗머리, 앞머리, 뒷머리 순으로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코털, 눈썹으로까지 퍼집니다. 이에 비해 새치는 규칙성 없이 뒷머리 쪽에서 드문드문 발견됩니다. 단기간에 범위가 커지지도 않고 눈썹이나 코털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Q. 흰머리를 뽑으면 그 자리에 흰머리 두 개가 난다?


A. 아닙니다.

하나의 모근에는 하나의 머리카락이 자랍니다. 흰머리 하나를 뽑더라도 꼭 그 자리에 두 가닥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오히려 머리카락을 자주 뽑으면 모낭이 손상을 받아 제대로 된 머리카락이 자라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흰머리나 새치를 뽑는다고 두 개의 머리카락이 자라난다면 노인의 머리숱은 보다 풍성하고 탈모 인구는 줄어들겠죠. 아기 배냇머리를 한 번 밀어줘야 숱이 많아진다는 속설도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모낭의 수는 태어나면서 결정됩니다.

<관련기사>

▶머리털이 적어서 팔에 털이 많아서 그래서 탈(동아일보, 2007.11.5)

▶[헬스데이터] 머리카락 오전 10~11시에 빨리 자라(동아일보, 2002.4.22)

▶대머리는 정말 몸에 털이 많은가?(동아사이언스, 2016.8.12)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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