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에어쇼’ 어디까지 가 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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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어쇼)’의 방점은 ‘항공’보다는 ‘방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방과 군사 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눈을 반짝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겠고, 항공 동호인이라면 수시로 벌어지는 시범비행과 활주로에 전시된 각종 군용기·전투기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호주에서 참가한 곡예비행팀의 묘기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16일부터 1주일간 열리고 있는 에어쇼 기간 중 첫 날은 미디어에게만 개방되는 날이고, 금요일인 20일까지는 관련 업계 종사자 등 관계자에게만 개방됩니다. (‘학생 관람일’로 정한 20일 한정으로 학생들의 입장이 허용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21, 22일인 주말 이틀 동안 열리는 일반 관람 전시일을 활용하실 겁니다. 그래서 오늘 기사는 ‘아무런 정보나 사전 지식 없이 지극히 일반 관람객 관점에서 보는 사진 위주의 구경거리 정보’들입니다. (현장에서 보고 들고 경험한, 또 조금 더 보고 들을 몇 가지 정보들은 앞으로 2회에 걸쳐 더 다루겠습니다.)

길이 2700m, 너비 45m의 광활한 활주로에 비행기와 헬기가 빼곡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야외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비행기는 단연 인기 최고인 전투기들. 여러분은 어디로 달려가시겠습니까. 모든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기종은 단연 F-22 랩터. 우리나라에서 처음 일반에 시범비행을 선보인 이 비행기는 위용도 자신감도 넘쳤습니다.

F22 정면 이미지



저고도 비행 시범을 보이는 F22

무장 탑재 창을 열어보이며 비행하는 F22


사실 이번 에어쇼에 참가한 F22는 미국의 ‘생색내기’ 용에 가깝습니다. 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늘에서 비행기가 묘기를 부리는 동안 땅에서는 수없이 많은 계약이 오가는 에어쇼에서 돈 벌 목적이 없이 참가시키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번 34개국 400여 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에어쇼에서 주최 측이 예상하는 거래 성사액은 1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조 원 정도입니다.

이런 점은 활주로에 나열된 비행기의 종류나 전시장에 마련된 참가업체들의 성격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에어쇼가 처음 열렸던 1996년에는 미국의 F-15와 러시아의 수호이 Su-35, 프랑스의 라팔과 유럽 각국이 참여해 만들었던 유로파이터가 모두 참가했습니다. 모두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기종들이었습니다. 또 유로파이터를 제외한 세 기종은 모두 시범비행을 선보이면서 경기 성남시 상공이 전투기 소음으로 꽉꽉 들어찼었습니다. “대한민국 고객님, 우리 비행기 사세요”의 향연이었습니다.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공군 보유 기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F-15K, KT-1, T-50, F-16
반면 올해 전투기 전시장은 F-22를 제외하면 우리 공군이 보유한(혹은 곧 보유하게 될) 기종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해외 각국에 판로를 뚫고 싶어하는 고등훈련기 T-50과 이를 바탕으로 공격 성능을 추가한 FA-50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역시 판로를 뚫고 있는 훈련기 KT-1도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해외 업체들은 별로 참가하지 않았나? 그건 아닙니다. 이미 차세대전투기 기종 선정이 끝난 전투기가 아닌 수송기 시장이 불꽃 튀는 전장이 됐습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C-130H를 대체할 기종들을 들고 왔습니다. 최신 기종인 B787과 A350 등으로 격렬하게 붙어볼 법 한 여객기 시장의 양대 강자 보잉과 에어버스 역시 이번 에어쇼에는 민항기 담당 인력도 최소한으로 파견했습니다. 대신 홍보 부스는 수송기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송기 전쟁에 대한 내용은 다음번 ‘날飛’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에어버스가 이번 에어쇼에서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다목적 수송기 A400M.

보잉社가 소유한 항공기 제작업체 맥도널 더글러스에서 만든 수송기 C-17 시험비행.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C-130H 기종.

대한항공은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지만 양대 국적사 중 한 곳인 아시아나는 이번 에어쇼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민항기 시장의 향기를 느낄 수 없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양대 공항공사와 국토교통부 등이 민항 관련 전시관을 꾸려 놓았고, 대형 여객기가 아닌 경비행기 관련 업체나 기관도 여럿 참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건국대학교가 개발한 레저용 경비행기 KLA-100.

전시도 좋지만 역시 에어쇼의 꽃은 ‘곡예비행’이죠. 주말인 21, 22일에는 맨 위에 언급한 F-22의 시범비행을 비롯해 우리 공군 곡예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등이 하루 종일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기종의 비행시간은 대부분 오전에 잡혀 있습니다. 되도록 일찍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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