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PD가 직접 밝힌 '파판14 메갈 사태'의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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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0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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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에서 일어난 메갈 논란에 대해 파이널판타지의 개발을 총괄하는 스퀘어 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이하 요시다) PD가 입을 열었다.

지난 9월 말 파판14 내에서 게이머 간의 다툼이 벌어지던 중 남성 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는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에서 시작된 이 논란은 순식간에 커뮤니티로 전파되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국 파판14 게임 내 아이템인 '메갈리아의 턱'이 '고대 상어의 턱'으로 변경된다는 등의 사실과 무관한 유언비어와 부적절한 아이디로 아이디 변경 권고 조치를 받은 게이머가 이를 합성하여 "메갈을 비난했더니 아이디를 바꾸라 했다"는 등의 조작이 퍼지며, 파판14의 운영팀이 '메갈리아의 편'이라는 인식이 퍼져 큰 곤욕을 치루기도했다.

요시다 나오키 PD(출처=게임동아)
요시다 나오키 PD(출처=게임동아)

한국 운영팀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문을 연 요시다 PD는 먼저 파판14 개발팀과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퍼블리셔들은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편양되지 않음을 밝히고 운영적인 문제가 발생해 게임을 즐기는 일반 게이머들도 피해를 받은 점을 먼저 사과한다고 전했다.

Q: 메갈 사태를 보고 받았다고 했다. 먼저 이번 일에 대한 자세한 과정을 설명해 달라.
A: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지난 9월 말 경 파판14 게임 내에서 게이머 A와 B가 싸움을 시작했다. 이 A와 B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운영팀은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두 게이머의 발언이 격화되면서 폭언이 오고 갔고, 폭언을 금지한다는 한국 운영 규약에 따라 처벌을 주었다. 문제는 싸움이 격화된 나머지 장소에 같이 있던 17명의 게이머들도 싸움에 말려들어 폭언이 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폭언이 계속 이어지고 싸움이 확대되자 당시 GM이 17명 전체에게 처벌을 가해 전원이 강제 로그아웃 되면서 사건이 일단락 됐다.

운영팀의 잘못이 바로 이것이다. 17명의 게이머 한 명, 한 명의 데이터 로그를 일일이 확인한 뒤 상중하로 나누어 처벌을 했어야 했는데, 싸움이 너무 격화 되었고 이를 빠르게 종료하고자 한 GM의 조치로 성급히 동일한 처벌을 준 것이다. 이후 데이터 조사를 해보니 17명 중 두 명의 게이머가 너무 과한 처벌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판단의 이유는 파판14의 운영 규약에는 폭언이라는 행위가 첫 번째는 경고만 주도록 되어 있는데, 한번 폭언을 했음에도 갑자기 사용 정지를 가한 것은 과한 처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게이머는 아이디가 나쁜 뜻을 가졌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아이디를 바꾸는 수준에서 처벌을 일단락 지었다. 이렇게 두 명의 게이머에게는 경고 처리와 캐릭터 명을 강제로 바꾸는 것으로 처벌을 조정한 것이다.

Q: 문제는 사건 이후다. SNS에 파판14 운영팀이 메갈의 편을 든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A: 처벌이 완화된 두 명의 게이머 중 한 명이 SNS에 "우리의 사상을 인정했다. 우리가 승리했다"는 식의 글을 올린 것이 이 사건에서 벌어진 가장 큰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국가와는 다르게 한국의 법률상 게임 밖에서 SNS나 다른 루트로 근거없는 비방이나 거짓말을 해도 거짓말을 했을 때 게임 내에서 처벌을 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에 한국 운영팀에서도 몇 번의 공지를 통해 설명하려 했지만, 너무 디테일하게 전달해 본질을 흐리는 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운영미스가 바로 이 부분으로, 서둘러서 상황을 설명하려 해 사건의 내용을 파악해서 설명하는 전달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 공지를 내리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 것이 부족했다.

다만 운영팀이 사정을 일일이 듣고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한국 운영팀 분들도 안됐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17명이 한번에 폭언을 일삼고 싸우는 그 격렬한 상황에서 "GM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GM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이해는 된다. 더욱이 이번 처벌을 그냥 두었으면 아무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운영팀은 운영 방침에 따라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처벌을 다르게 주었고, 이 부분에서 문제가 커졌다. 이렇게까지 설명해 드려도 믿지 않은 분들은 어쩔 수가 없다.

요시다 나오키 PD(출처=게임동아)
요시다 나오키 PD(출처=게임동아)

Q: 그렇다면 앞으로 혐오 사이트 지지를 막는 대책이 있는가?
A: 메갈이라는 단체의 문제는 별도로 봐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운영팀은 개인의 사상에 대해 어디까지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한국 운영팀에서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이는 '사건이 터지자 움직인다'는 인식을 주기도 할 뿐더러, 섣불리 규제를 하면 비슷한 다른 단어를 사용하면 상황이 또 반복되게 된다. 더욱이 파시즘, 인종차별 등의 발언을 한 게이머는 모두 제재 대상이지만, 이를 지지하는 성향을 가졌다 해서 검열을 하여 접속을 막거나 처벌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데올로기 이념 등의 사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면밀히 분석하고 난 다음 이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조사 중이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다시 한번 파판14 운영팀은 특정 사상을 지향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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