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IDDR·International Day of Disaster Reduction)’이다. 이를 위해 유엔에서 해마다 슬로건을 정하는데 올해 구호는 ‘안전한 가정(Home Safe Home)’이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난민모니터링센터(IDMC)는 한 해 2400만 명 정도가 자연재해로 살던 집을 버리고 이주한다고 밝혔다. 자연재해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와 질병을 낳고 한 가정을 해체하기도 한다. 그 영향은 사회 전반에 걸쳐 2차 피해로 이어진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대손손 살아온 집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또 다른 ‘기후난민’들을 발생시킬 요인은 빙하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다. 육지 면적의 약 10%를 덮고 있으며 지구상 민물의 75%를 차지하는 빙하가 지구온난화에 의해 조금씩 녹고 있다.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의미의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에선 10km² 면적에 20m 높이로 쌓인 만년설이 지난 10년간 80% 넘게 녹았다.
만약 지구상의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60m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북극의 빙하가 현재 추세로 계속 녹으면 바닷물의 염도와 밀도를 변화시켜 대서양 해류인 멕시코만류의 흐름 저하로 빙하기에 가까운 추위가 닥칠지 모른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설정이 결코 허구만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최고의 관광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지반 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수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2003년부터 베네치아의 3개 석호(潟湖) 입구 바다 밑에 방벽을 설치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공기 주입으로 방벽을 일으켜 세워 아드리아해의 물이 못 들어오게 막을 수 있는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다음 세대에게 베네치아는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닐 수도 있다.
평균 해발고도가 3m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9개 산호섬 중 1개는 1999년 이미 바다 아래로 잠겼다. 매년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투발루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토 포기를 선언하고 뉴질랜드와 국제사회에 자국민을 ‘기후난민’으로 인정해 이민을 받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섬나라 키리바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안전한 집’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서 연평균 해수면 상승은 2mm 정도인데 지난해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승치는 2.68mm였다. 제주도는 특히 38년간 평균 약 21cm의 해수면 상승 추세를 보여 장차 일부 삶의 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한반도는 여의도의 300배인 전체 국토 면적의 1.2%가 줄어든다. 침수지역에 사는 125만 명가량이 ‘안전한 집’을 찾아 떠나야 한다.
순간적으로 닥치는 지진이나 허리케인과 달리 해수면 상승은 예측 가능한 자연재해임에 틀림없다. 자신과 후손들의 ‘세이프 홈(안전한 집)’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점점 자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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