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비츠(beats)라는 브랜드는 소리는 별로지만 시선을 끄는 외적 요소는 충실한 휴대 오디오 브랜드 정도로 인식됐었다. 미국 유명 프로듀서 중 하나인 닥터 드레(dr dre)의 이름을 딴 제품들은 기대 이하의 소리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저음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됐고 균형(밸런스)은 좋지 않았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 테크노와 같은 장르를 주로 듣는 이들에게 알맞을지 몰라도 타 장르의 음악 감상자에게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 인상은 스튜디오 2까지도 그대로였다. 초기 비츠 헤드폰/이어폰에 비하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타 오디오 브랜드와 비교하면 갈피를 잡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사용자를 배려하지 못한 성능이나 기능도 존재했다. 기자가 사용하던 비츠 스튜디오 2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접목된 유선 헤드폰이었다. 외부 소음을 어느 정도 차단했지만 재생 시간은 6시간 가량으로 짧았다. 게다가 배터리가 소모되면 음악 자체를 감상할 수 없었다.
이러했던 비츠는 지난 2014년, 애플이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리고 비츠X나 솔로3 와이어리스 등 무선 위주의 라인업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족함은 있었다. 비츠의 정체성을 정의할 플래그십 헤드폰은 애플 인수 이전에 출시됐던 것들이어서 오디오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선보인 스튜디오 3는 이런 인식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은 무선 헤드폰이다. 기존 스튜디오 2의 계보를 이어가면서 기존의 장점은 발전시키고 아쉬움은 상쇄했다. 그 중심에는 음질과 배터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주변 소음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음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말 스튜디오 2의 느낌적 느낌 그대로
디자인 자체로 보면 기존 스튜디오 2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루크 우드(Luke Wood) 비츠 일렉트로닉스 CEO와의 인터뷰에서도 그 점을 강조했다. 스튜디오 특유의 외모는 해치지 않았다. 대신 일부 요소들에 적용된 재질이나 마감에는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하우징이 접히는 힌지부의 마감이 깔끔하게 이뤄졌고 귀가 닿는 이어패드도 더 부드러워졌다.
조작은 기본적으로 왼쪽에 있는 하우징의 버튼과 우측 하우징 하단에 있는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선일 때는 좌측 하우징 중앙에 있는 b 로고를 눌러 음악 재생/정지, 주변에 있는 원형 패널의 위쪽과 아래쪽을 누르면 음량 조절이 가능하다. 유선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체 리모컨으로 이를 제어한다.
참고할 부분은 유선일 때 제공되는 자체 리모컨은 안드로이드에서 기능이 제한된다. 중앙의 버튼으로 음악 재생/정지 또는 통화만 된다. 음량 조절까지 쓰려면 애플 계열 제품만 쓸 수 있다.
우측 하우징 하단에 있는 버튼은 전원 및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유무 기능을 담당한다. 길게 누르고 있으면 전원이 인가되고, 이보다 더 오래 누르고 있다면 블루투스 연결 대기(페어링) 상태가 된다. 두 번 연속으로 누르면 노이즈 캔슬링 활성화 및 비활성화 된다. 그에 맞는 소리가 헤드폰에서 들리거나 좌측 하우징 하단에 LED가 있으므로 확인하면 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활성화되면 좌측 하우징 하단의 LED가 점등된다.
좌측 유닛 하단에는 유선 케이블 연결 단자, 우측 유닛 하단에는 마이크로 USB 연결 단자가 제공된다. 무선을 쓰다 유선으로 음악을 듣고 싶다면 패키지에 제공되는 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USB 단자는 충전을 지원하는데, 무선일 때 여기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과 함께 음원 감상이 가능하다. 배터리 상태는 전원 버튼 하단에 있다. LED가 5개 있고 밝기나 점등 수에 따라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전반적인 착용감이나 사용성은 뛰어난 편이자. 이어패드가 제법 커서 착용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적고, 부드럽기에 장시간 피로감도 덜하다. 머리에 고정하는 헤어밴드 부분은 장력이 충분하지만 힌지 파손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돈된 소리, 과거의 비츠는 아니다
비츠 스튜디오 3 와이어리스의 음질을 확인해 볼 차례. 무선이지만 유선 연결도 지원하기 때문에 두 연결 방식 모두 활용해 기존 대비 달라진 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음원 감상을 위해 기기는 기자가 사용 중인 LG G6를 활용했다. 음원은 16비트/44.1kHz(MP3, FLAC 파일) 및 24비트 48kHz~192kHz(FLAC 파일) 대역을 제공하는 것들로 온쿄 HF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했다.
좋아졌다. 그냥 좋아진 것이 아니라 많이 좋아졌다. 저음은 차분해졌고 중고음은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았다. 고가의 헤드폰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엿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해 있는 헤드폰과 충분히 경쟁 가능한 수준이다. 보스 QC나 소니 1000X 시리즈가 그 대상이다.
과거 비츠 헤드폰은 저음이 너무 강해서 붕붕거리는 인상이 컸다. 그렇다고 저음이 보스(BOSE)와 같은 성향은 아니고,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섞이는 저가 2.1채널 스피커의 우퍼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비슷할 정도로 조악했다. 하지만 이번 제품에서는 그런 노이즈가 들리지 않는다.
표현력은 세련미가 더해졌다. 음원이 품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깔끔하게 출력하려는 느낌을 준다. 루크 우드 비츠 CEO가 언급한 균형(밸런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보컬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악기 소리도 충실하다. 한편으로는 과거 비츠 스타일을 선호했던 사람이라면 아쉬울 수 있겠다.
비츠 스튜디오 3 와이어리스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노이즈 캔슬링 기술에 있다. 이번 제품을 선보이면서 애플의 기술을 가미해 순수 적응형 노이즈 감쇠 기술인 퓨어 ANC(Pure Active Noise Cancelling)을 적용했다. 외부에 있는 마이크 2개를 활용해 외부 소음을 실시간으로 듣고 분석한다. 여기에 이어폰 내부에도 마이크를 달아 유입되는 소음을 함께 인지하면서 소음을 차단한다.
그러나 특정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에 실제 음원이 내는 소리마저 노이즈로 판단하고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비츠는 이런 점을 감안해 별도의 분석 칩을 달아 음원 파일의 정보와 소음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음원 재생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소음을 차단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구조는 사람의 다양한 머리 형상을 감안해 고안했다. 사람마다 머리 크기와 형태가 다르고 여기에 귀의 형상, 머리카락, 안경 착용 유무 등이 고려된다. 어떤 이가 착용해도 동일한 체감을 지원하고자 함이다.
실제 체험한 퓨어 ANC 기술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루크 우드 비츠 CEO와의 인터뷰에서 체험한 것과 달리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외부 소음이 제법 유입됨을 확인했다. 아무리 헤드폰 착용을 잘 해도 사용하면서 이어패드가 노후화되면 기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만능이 아니므로 보조적인 역할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재생 시간도 인상적이다. 기존 스튜디오 2는 약 6시간 사용 가능한 수준의 배터리 지속 성능을 보였다. 게다가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면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유선 헤드폰임에도 말이다. 스튜디오 3 와이어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면 유선 케이블을 연결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유선이건 무선이건 배터리는 충전된 상태여야 한다.
대신 지속 시간은 길다. 비츠의 자료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적용한 상태에서 약 22시간 재생을 지원한다. 에어팟이나 비츠엑스 등에 쓰였던 애플의 W1칩을 탑재하면서 전력 관리와 성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무선에서 20시간, 유선으로 21시간 가량 사용 가능했다.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존 대비 더 길게 쓸 수 있는 점에는 변함 없다.
아쉬움은 기술로 조금은 상쇄하는 모습이다. 배터리가 없을 때 10분 충전하면 3시간 재생하는 고속 충전(Fast Fuel) 기능을 추가한 것이 그 예다.
옛 이미지 털어내는 것이 관건
비츠 스튜디오 3 와이어리스. 섬세한 표현력, 저항감 적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음악 감상 집중력을 높여준다. 과거 비츠의 이미지를 털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제품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겠다. 41만 9,000원이라는 가격도 동급 제품군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옛 이미지를 털어내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이들은 아직도 과거의 비츠를 많이 떠올리고 있으며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이전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세대교체가 충분히 이뤄지고 나면 비츠도 충분히 좋은 소리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애플 사용자라면 이 제품은 매력적이다. 에어팟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선 연결(페어링), 재기동, 장시간 사용 등에 거의 모든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 사용자는 이런 부분을 크게 느낄 수 없다. 애플 자회사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인지를 해줬으면 한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아쉬움도 있다. 기자가 쓰는 LG G6에서는 간혹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또 하나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부분에 대한 우려다. 이어패드에 대한 것인데, 귀를 덮는 이어패드 외부는 바느질이 되어 있는데, 안쪽은 여전히 접착제에 의존한 형태다. 장시간 사용하면 이 부분이 벌어져 내부가 노출될 수 있다. 적어도 기자가 사용했던 스튜디오 2는 그랬다. 이에 대해 루크 우드 비츠 CEO는 재질이나 구성 등이 변경됐기에 과거와 같은 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옛 경험이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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