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1월4일] ‘청소년 기능공 실력’ 겨루는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16시 50분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리는 현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1966년 11월8일자 6면.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리는 현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1966년 11월8일자 6면.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일부터 서울공고, 성동공고 등 5개 장소에서 나누어져 열리고 있다. 청소년 기능공들의 실력이 겨루어지는 이 경기 대회는 26개 종목 430여 명의 남녀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고 올림픽 모양 우수선수에겐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이 수여되는데 (…) 팔소매에 큼직한 넘버를 단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과 ‘스페인’ 원정에의 꿈을 안고, 주어진 과제를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잘 만들어내기 위해 손끝이 헤어짐을 개의치 않는다.”(동아일보 1966년 11월8일자 6면)

지난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도자기부문에 출전한 선수들.  동아일보DB
지난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도자기부문에 출전한 선수들. 동아일보DB
1966년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가 창립된 해였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청소년들의 기능을 겨루는 경기다. 기계, 금속, 전기·전자, 건축·목재 등 분야도 다채롭다. 기술 장인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위원회를 창립한 해 9월에 첫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해 전국대회에 출전할 대표선수들을 선발했고, 11월 4일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서울에서 실시했다.

첫 대회라는 의미뿐 아니라 이듬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내보낼 대표선수를 뽑는다는 의의도 컸다. 이 대회에선 9개 직종 9명의 대표선수가 선발돼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했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양복 부문 홍근삼 군과 제화부 배진효 군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술 연마의 의지를 굳게 다진 젊은이들의 사연은 감동적이었다.
“홍 군은 6·25 때 부모를 잃은 천애의 고아.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줄곧 양복점으로 전전했다. (…) 청계천변 검정다리 및 사촌형이 사는 판자집이 그의 숙소.” “셋방살이로 이사가 잦아 현주소가 기록돼 있지 않다. 자존심이 강해 불우한 집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얘기한 일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근면 성실했다. “(홍 군은) 한번 배운 것은 꼭 익혀서, 남이 2, 3년하는 ‘시다’ 노릇을 1년도 못돼 끝내고 숙련공이 됐다.” “(배 군은) 손재주가 남다른 데다 노력 또한 남의 몇 배를 해 남들은 4, 5년이 걸려도 못 벗는 수습생 기간을 1년 만에 면했다.”(동아일보 1967년 7월17일자 3면) 손으로 하는 일의 정직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드리드의 국제대회는 종합순위 6위. 국제대회 참가를 거듭하면서 우리나라는 참가국 중 상위권으로 자리매김했고, 1977년에는 종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한국은 지금까지 종합우승을 19번이나 차지한 기능강국이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선 중국에 밀려 아쉽게 종합 2위를 차지했지만, 금, 은, 동메달을 각각 8개씩 따내는 등 우리 청소년들의 실력은 기능한국의 위용을 자랑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대학 진학 대신 특성화고교를 선택해 기술을 연마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의 진로도 알차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전국·지방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2701명 중 반 이상인 1470명이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회 입상자들을 가장 많이 뽑은 기업은 삼성전자(393명), 현대중공업(329명), 삼성중공업(194명) 순이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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