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오십견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안강 안강병원장
안강 안강병원장
어깨가 아프면 환자들은 으레 ‘오십견이 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오십견은 퇴행성으로 어깨가 아프게 됐다는 의미지 의사가 쓰는 단어는 아니다.

외래를 보다 보면 어깨를 오랫동안 고정해 어깨 근육이 바짝 마른 상태에서 오히려 통증이 악화되거나 어깨와 주위의 근육이 바짝 말라서 팔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야 오는 경우가 흔하다. 때로는 수술 후, 때로는 동결견이라는 어깨 관절이 굳은 상태가 오래돼서 병원을 찾는다.

어깨는 염증이 있으면 쉽게 아프지만 염증이 줄어들면 통증이 가시기 때문에 어깨를 고정하는 자체로도 통증은 충분히 조절된다. 그러나 어깨가 오랜 기간 동안 고정되면 팔과 견갑골을 잡고 있는 근육들은 급속도로 퇴화해 어깨의 수명은 훨씬 짧아진다.

어깨 수명은 사람의 수명과 같이 80∼90년 정도로 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2∼3주 이상 고정이나 반복되는 스테로이드주사로 인해 이 수명이 60년이나 70년으로 줄어든다면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깨는 견갑골과 팔의 윗부분으로 만들어진다. 어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견갑골이라는 뼈를 이해해야 한다. 견갑골은 몸통과 팔의 윗부분을 이어주는 매우 큰 뼈다. 오십견이란 대부분 팔의 윗부분과 견갑골이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니어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견갑골의 윗부분의 뼈 모양이 이상해서 어깨가 아프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지배하던 지난 30년간 견갑골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갔지만 장기적인 치료 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다시 말해서 수술을 하지 않고 아픈 것을 1∼2년 참은 경우 경과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요즘에 와서는 그의 학설이 매우 어설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대신 견갑골이라는 뼈를 몸에 붙여주는 근육들이 마르거나 밸런스를 이루지 못하면서 어깨를 움직일 때 견갑골과 팔의 윗부분이 부딪쳐 어깨가 아프게 된다는 식견갑골증후군(S.I.C.K scapular syndrome)이라는 것이 정립되면서 눈에 나타난 현상만 보면서 병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현대의학의 모순점을 보여주는 한 예가 됐다.

견갑골의 뼈 모양이 이상하거나 뼈가 자라게 되는 것이 원인으로 염증이 생기는 것이라면 수술이나 뼈 주사가 일시적으로 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견갑골을 몸에 붙여주는 근육이 마르거나 밸런스가 깨지면서 어깨의 병이 온다면 운동이나 마사지 혹은 바늘을 찌르거나 초음파, 자장, 적외선 등을 이용한 자극 치료가 답이 된다.

물론 어깨의 병이 오십견이란 말로 설명되는 간단한 병이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이다. 실제로 어깨는 운동범위가 큰 관절이고 목 문제에 의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진단이 흔히 존재할 수 있다. 수술이나 뼈 주사가 필요한지 운동이나 자극 치료가 필요한지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

다른 분야는 아니지만 의료에서는 무지 자체가 범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오늘도 의료인들이 쉬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안강 안강병원장
#침습척추시술#오십견#견갑골#식견갑골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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