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현장평가 중 평가위원회 위원장인 매슈 로젠스키 영국 리버풀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평가위원들이 연구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구 인프라의 구축과 활용을 비롯한 연구 협력, 연수 학생 멘토링 등도 평가 대상이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입자를 안정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입자의 나노 패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올해 8월 말 서울대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대강당.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석좌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의 평가위원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연구단의 현장평가 둘째 날이었다. 대강당 뒤로는 랩 투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올해 설립 5주년을 맞은 IBS는 착수 5년이 경과한 9개 연구단을 대상으로 7월부터 이달 9일까지 첫 평가를 실시했다. 나노입자연구단도 그중 하나다. 현장평가는 1차 서면평가 후에 진행된 가장 중요한 평가로 2박 3일간 진행됐다. 첫째 날에는 연구단의 젊은 과학자들의 발표와 학생들의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평가위원회는 관련 분야의 해외 석학 4명과 국내 연구자 4명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해외 연구자를 초청해 연구성과 평가를 수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평가는 발표와 토론 기반의 ‘동료평가(peer-review)’로 이뤄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MPG),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세계 유수 연구소의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성과 발표는 구체적인 실험 내용과 연구 과정, 아이디어 등 철저히 연구 내용에 관한 것들이었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현 단장은 균일한 나노입자를 저렴하고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합성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평가위원들의 질문과 토론도 마찬가지였다. 논문 수나 저널의 임팩트팩터(IF)가 아닌 연구논문의 과학적 우수성과 연구자의 독창성, 잠재적 가능성, 국제협력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IBS 전체 평가위원회 위원장인 조지 스완스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좋은 저널에 게재된다고 항상 인용이 많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학계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이라고 말했다.
일정 중간에는 수차례 평가위원들 간의 심층 토론이 벌어졌다. 나노입자연구단 평가위원회 위원장인 매슈 로젠스키 영국 리버풀대 교수는 “연구 성과의 질적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들은 마지막 날 진행한 ‘스왓(SWOT) 분석’이 평가를 받는 연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스왓은 강점(S), 약점(W), 가능성(O), 위협(T)의 약자로 스왓 분석은 단장이 연구단에 대한 자기성찰 결과를 발표하고 평가위원들과 90분간 토론하는 자리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어떤 연구주제에 집중하면 좋을지 등 따끔한 지적과 조언도 이어졌다.
별도로 그룹리더들과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들과의 심층 인터뷰도 있었다.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한상우 KAIST 화학과 교수는 “연구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연구를 했는지 다방면에서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스 스페스 독일 막스플랑크고분자연구소 교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연구실의 애로사항을 단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장평가에서 작성된 평가결과 보고서는 별도의 종합평가를 거쳐 IBS 원장에게 제출됐다. 연구단별 절대평가로 과학적 우수성에 대해서만 등급(6등급)을 부여한다. 결과에 따라 연구단은 연구비와 연구조직의 조정을 받게 된다. 5년 만에 첫 평가를 받은 IBS 연구단은 향후 3년 주기로 이 같은 평가를 받게 된다.
현 단장은 “평가위원 대부분이 이 분야의 저명 학자라 평가가 공정했고, 평가를 받은 경험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며 “준비를 하며 신경 쓸 부분이 많아 힘들긴 했지만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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