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모니터는 단순히 수치적인 사양이 높은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확한 컬러 표현능력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특별한 부가기능도 갖춰야한다. 이는 해당 제조사의 특별한 노하우 없이는 실현할 수 없다.
최근에는 대만의 벤큐(BenQ)가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사진작가)를 위해 개발한 벤큐 SW 시리즈(SW27000PT, SW320 등)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은 에이조(EIZO)나 델(Dell)과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선 '애송이' 취급을 받을 정도다.
7일, 벤큐 SW 시리즈의 개발자인 크리스 바이(Chris Bai)가 방한해 국내 취재진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그는 제품 매니저이자, 모니터의 핵심 요소인 컬러 부문 전문가다. 특히 전문가용 영상기기의 컬러 표준을 관장하는 ICC(INTERNATIONAL COLOR CONSORTIUM) 디스플레이 워킹그룹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표준 컬러의 중요성
Q: 벤큐가 최근 '컬러'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전문가들이 사진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건 수치적인 사양이 아니라 컬러다. 작업자 머릿속에 그려 둔 색감을 정확하게 모니터가 표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Q: 정확한 컬러 표현이 어려운 이유는? A: 대중들이 선호하는 컬러와 표준(Standard) 컬러는 다르기 때문이다. TV나 모바일 기기라면 몰라도 포토그래퍼를 위한 전문가용 모니터라면 반드시 표준 규격 컬러를 구현해야 한다. 표준 컬러로 작업한 결과물이어야 어떤 기기에서 감상하건 균일한 품질을 내기 때문이다.
Q: 포토그래퍼용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촬영한 사진은 편집을 거쳐 출력하거나 온라인에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모니터의 때문에 컬러가 왜곡되거나 작업자가 실수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몇몇 모니터는 구매 후 불과 며칠만에 백라이트나 패널이 노후화되어 컬러가 변하기도 한다.
포토그래퍼용 모니터는 이런 면에서 일반 모니터와 차별화된다. 벤큐 SW 시리즈는 상업용 사진의 국제 표준인 어도비 RGB 컬러를 거의 완벽하게 지원한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일이 제품을 체크하고 표준 컬러와 대조해 조정하는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과정을 거친 후에 출고된다. 그리고 출고 후에 설정 값이 변경되었다면 이를 다시 재설정할 수 있는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에도 대응한다.
Q: 일반 모니터에서도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반 캘리브레이션과의 차이점은? A: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은 그래픽카드의 설정 값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화면 상에서 멀쩡해 보이는 결과물이 다른 시스템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이를테면 흰색을 표현하려면 R:G:B 값이 모두 255로 동일해야 하는데, 오래된 모니터나 저품질 모니터에선 흰색이 누렇게 보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에서 이를 교정하려면 그래픽카드의 R이나 G 값을 낮춰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현재 사용자의 오래된 모니터에선 온전한 흰색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 모니터에서 작업한 결과물은 다른 모니터에서 퍼렇게 보일 수 있다. 반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의 경우는 전문적인 컬러 교정장비인 캘리브레이터를 이용해 모니터 자체의 컬러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래픽카드의 RGB 값 변경 없이 온전한 표준 컬러를 구현할 수 있다. 벤큐 SW 시리즈는 시중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주요 캘리브레이터와 완벽히 호환된다.
Q: 벤큐는 표준 컬러 준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벤큐는 디스플레이 국제 표준을 만드는 ICC 멤버로 가입했으며, 작년에는 ICC의 호스트로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확한 컬러의 전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료기기용 모니터를 개발하기 위해 FDA(미국식품의약국)와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 성과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벤큐의 초기형 포토그래퍼용 모니터인 PG2401PT는 세계 최초로 국제 프린팅 인증을 3개(IDEAlliance, FOGRA, UGRA)나 획득했다. 그리고 신형 제품인 SW2700PT는 TIPA(Technical Image Press Association)와 포토그래피 뉴스에서 최고의 포토 모니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 유용한 부가 기능으로 차별화
Q: 포토그래퍼용 모니터 시장에서 벤큐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경쟁자 대비 차별점이 있는가? A: 타사의 포토그래퍼용 모니터는 잘 쓰지도 않는 기능이 잔뜩 들어있다. 이는 가격만 높일 뿐이다. 반면, 벤큐 SW 시리즈는 핵심적인 기능에 집중해 가격을 낮췄으며, 타사에는 없는 유용한 부가 기능 몇 가지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사용자에게 필요한 컬러 설정 프리셋을 3개까지 저장해 버튼으로 전환이 가능한 핫키 퍽(Hotkey Puck) 컨트롤러,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했을 때의 느낌을 원터치로 볼 수 있는 블랙-화이트 모드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그리고 착시를 유발하는 모니터 주변 빛을 차단해주는 쉐이딩 후드를 기본 제공하는 것도 벤큐 SW 시리즈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큰 화면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32인치 4K UHD 모델인 SW320, 27인치에서도 4K UHD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SW271 모델을 출시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Q: 벤큐 SW 시리즈는 모두 자회사인 AUO에서 생산한 패널을 탑재했는가? A: 그건 아니다. SW 시리즈 중에는 타사의 패널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각 모델의 특성에 적합한 패널이 필요한데, AUO에서 생산하는 패널 중에 그런 게 없을 수도 있다. 물론 AUO에 따로 개발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제품을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최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타사와 협력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후지원에 만전, 다른 제품보다 우선 대응
Q: 이 제품을 사는 전문가들은 매우 까다로운 소비자들이다. 사후지원 면에서도 차별화를 하고 있는가? A: 특별한 제품인만큼, 원활한 사후지원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금도 관련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슈나 피드백에 관련해서도 SW 제품군을 최우선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고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A: 한국처럼 매우 중요하고 큰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컬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니터를 통해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벤큐의 포토그래퍼용 모니터는 타사의 고가 제품에 비해 한층 우수한 가격대비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마추어 사용자들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향후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