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올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개발사가 된 블루홀이 테라 이후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MMORPG 에어의 첫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가 드디어 시작됐다.
아이온으로 유명한 김형준 PD가 개발한 이 게임은 판타지 일색이었던 기존 MMORPG와 달리 하늘에 떠 있는 부유도를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세계관과 대형 비행선 등 다양한 탈 것을 내세운 공중 전투로 이번 지스타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지스타 이후 한달만에 진행되는 이번 CBT는 지난 13일에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5일간 진행되며, 처음 진행되는 테스트답지 않게 비행선과 RVR 등 에어의 핵심 콘텐츠들이 모두 공개돼 다른 게임의 파이널 테스트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말 오랫동안 개발한 게임을 공개하기 때문인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네요. 경험을 많이 하긴 했지만 매번 익숙해지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에어 CBT를 앞두고 만난 블루홀 김형준 PD의 말에 따르면 에어 개발팀은 지스타 공개 이후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스타에서 이미 플레이 버전을 공개하긴 했지만, 이번 CBT에서는 게임 내 최종 콘텐츠까지 그야말로 에어의 모든 것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게임의 경우 테스트를 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개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에어는 타 게임보다 훨씬 늦게 첫 테스트를 진행하는 만큼 콘텐츠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다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김PD는 에어가 차근차근 단계별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여러 핵심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개발해서 나중에 합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일반적으로 첫번째 테스트를 진행할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며, 첫 테스트가 늦어지긴 했지만 핵심 요소들을 모두 선보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의 피드백들이 익숙함과 새로움, 접근성과 콘텐츠의 깊이 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5종의 캐릭터를 30레벨까지 육성할 수 있고, 집과 앞마당을 기반으로 한 생활형 콘텐츠들과 각기 다른 성격의 3개 대륙, 영웅 던전 2종, 각 진영별 하우징 지역 등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버그가 많겠지만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통 많은 자금이 투입된 대작 게임을 만들 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같은 과감한 도전을 인정할 정도로 자유로운 블루홀이기 때문에 에어의 콘텐츠 역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보통 진영전 게임이라고 하면 대규모 RVR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RVR 만큼이나 하우징 등 생활형 콘텐츠에도 공을 들여, 인던, RVR, 필드 사냥을 통해 얻은 씨앗이나 몬스터를 자기 집 앞마당에서 키울 수 있게 만들고, 거기서 수확한 아이템들이 다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모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포털을 타고 상대 진영으로 쳐들어가 다른 이용자의 집을 파괴할 수 있게 만드는 등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시도도 많이 담았다. 기존 MMORPG들은 초보자의 이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지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런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도 많고,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전략 게임들처럼 집이 파괴되더라도 손쉽게 복구할 수 있게 해주고, 시스템 차원에서 승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PD는 개발 초기에는 많은 개발자들이 모바일로 전향한 것 때문에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어 투덜거렸지만, 요즘 온라인 게임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바일 게임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비행선 중심의 공중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날아다니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영토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멀리서 포만 쏘는게 아니라 거대 몬스터에 옆에 여러 비행선을 일렬로 붙인 뒤 근접 캐릭터들, 혹은 비행선에 싣고 온 이족 전투 병기들이 붙어서 싸우게 만들거나, 아군 비행선이 파괴됐을 때 밑에 있던 비행선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아서 다시 전장에 합류시키는 등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PD의 경우에는 멀리서 포격으로 상대방 비행선을 격추해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던 상대가 제트팩을 타고 날아와서 승선한 다음 자신을 죽이고 가는 황당한 경우도 경험했다고 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를 많이 담은 만큼, 적응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 특히 비행선, 제트팩, 비행 몬스터 등 여러가지 탈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조작부터 어려움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PD는 CBT에서 30레벨까지 키울 수 있는데, 30레벨까지가 전부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처음에는 사실적으로도 만들어봤지만 너무 어려워서 많이 단순화시켰기 때문에 캐릭터를 키우다보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식 서비스 때에도 최고 레벨까지 키우는 과정을 길게 만들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육성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열심히 만든 성장 관련 콘텐츠들이 빠르게 소모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존 MMORPG처럼 육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친구를 끌어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최고 레벨 달성 이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최고 레벨 달성 이후 자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많은 인터뷰를 통해 여러번 말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만큼 버그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버그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분들이 독특한 플레이를 많이 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김PD가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는 테스터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개발자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창의력 넘치는 플레이다. 버그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더 새로운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내 캐릭터 위치에 따라 다양한 퀘스트가 자동 생성되는 라핀의 부탁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한 테스터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생성되는 보물방에서 라핀의 부탁을 활성화시킨 후 다른 퀘스트보다 훨씬 더 많은 골드를 획득하는 응용 플레이를 발견해 감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긴 하지만, 한 두번 테스트를 더 진행하고 내년말경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게임의 핵심 요소들은 대부분 구현됐지만, 친구, 길드 기능, 길드 요새전 등 아직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많으니까요. 저희는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시면서 적극적으로 의견 주시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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