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브랜드가 해당 제품군을 뜻하는 보통명사 처럼 쓰일 때가 있다. 우리는 얇은 접착 테이프를 스카치 테이프라 부르고, 주방용 세제를 퐁퐁이라고 부르며, 거즈가 붙은 반창고를 대일밴드라고 부른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쓰이며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즉석 카메라는 과거 국내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이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때 국내에서 대표적인 즉석 카메라 브랜드였지만, 미국 본사의 경영 악화로 인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이런 형태의 제품은 한 일본 브랜드가 국내에서 명맥을 이어왔으며,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휴대용 포토 프린터 처럼 기능적으로 유사한 제품도 간혹 출시됐다.
그런데,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가 원스텝2라는 모델로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1977년 출시했던 모델(폴라로이드 원스텝)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오늘날 상황에 맞게 사용성을 조금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과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해봤던 사람에게는 추억을 되살릴 만한 제품이다.
외형은 과거 폴라로이드 카메라 제품과 흡사하다. 사진의 구도를 가늠하는 뷰파인더와 커다란 렌즈, 즉석 필름이 나오는 하단 배출구 등 기존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해 폴라로이드 제품으로서 일체감을 높였다. 필름을 넣고 전원을 켜면 상단에 있는 필름 잔량 표시등이 켜진다. 필름 한 묶음은 8장이 들어있으며, 사용할 때마다 표시등이 하나씩 꺼진다. 디지털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일이 사용한 필름 장 수를 기억하거나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필름은 과거 사용하던 폴라로이드 600 필름과 호환하며, 이밖에도 새롭게 등장한 i타입 필름을 사용할 수 있다. 필름은 흑백, 빈티지, 일반 컬러 등으로 다양하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전면에서 봤을 때 뷰파인더 아래에 있는 노란 레버를 좌우로 움직이면 플래시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나 SLR 카메라처럼 셔터 속도, 조리개 등 노출 보정을 위한 조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레버의 중요성이 크다. 일반적인 가정의 실내 형광등 아래에서 찍는다면 노출 보정 레버를 마이너스 위치나 중앙에 두면 되고, 이보다 어둡다면 플러스 위치에 두면 된다. 플래시를 터트릴 필요가 없는 태양광 아래에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전원 버튼 하단에 있는 플래시 발광제어 버튼을 누른 상태로 셔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밖에도 전면 렌즈 주변에는 카메라 내부에서 자동으로 촬영 설정을 하기 위한 조도 센서, 거리를 가늠하는 적외선 센서 등이 부착돼 있다.
뷰파인더는 과거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거의 동일하다. 전면에서 봤을 때 렌즈 우측에 뷰파인더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내가 뷰파인더로 보는 것보다 조금 왼쪽의 장면이 사진에 찍힌다. 이 때문에 1.2미터 이내에서 사진을 촬영한다면 내가 뷰파인더로 보는 장면 보다 살짝 더 왼쪽으로 돌려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참고로 최소 초점 거리는 60cm로, 이보다 가까이 있는 사물을 촬영하면 초점을 잡을 수 없다. 즉 접사 수준의 사진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면에 있는 빨간 버튼을 길게 누르면 사진이 촬영된다. 버튼을 누르는 즉시 필름 한 장이 배출되고, 10분에서 15분 정도 기다리면 현상/인화가 완료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은 필름 내부에 현상/인화를 위한 물질이 들어 있다. 때문에 현상 되는 중에는 출력된 사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과거 이를 잘 몰랐던 시절에는 '빨리 말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손에 쥐고 흔들었지만, 사실 이는 결과물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사용 시 촬영 직후 나온 사진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사진이 제대로 인화되지 않으니 주의하자.
셀프 타이머 버튼도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버튼에 LED 표시등이 켜지며, 이 상태에서 셔터 버튼을 누르면 약 8초 뒤 사진이 촬영된다. 하단에는 일반적인 삼각대에 고정할 수 있는 나사선도 있으니 혼자 하는 여행에서 훌륭한 배경을 뒤에 두고 셀카를 찍거나 여럿이서 단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충전 방식은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마이크로 USB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건전지를 구매할 필요도 없다.
이제 촬영한 사진을 보자.
노출이 잘못된 사진으로, 실내에서는 플래시를 꼭 켜는 것이 좋다
너무 가까이서 촬영해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카메라 내부는 암실과 같기 때문에 필름이 남아있을 때 트레이를 꺼내면 남은 필름을 못쓰게 된다
촬영 직후 사진을 바로 햇빛에 노출시키면 오른쪽 사진처럼 과노출로 하얗게 타버린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표현을 요즘 들어 자주 사용하는 듯하다. 오죽 했으면 스마트폰 카메라 앱 중에는 사진을 촬영하면 필름 한 롤에 해당하는 24컷을 다 촬영하고 며칠이 지나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앱이 앱스토어 1위에 올랐겠는가. 한 번 뿐이라는 아쉬움과 기다림의 미학이 이 제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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